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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 대지에 남향의 햇살이 담기는 집
건축물을 짓는 대지는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캔버스는 보통 사각형이지만 대지는 택지를 조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양각색이다. 그나마 평지라면 다행이지만 경사진 땅이면 집을 앉히는데 어려움이 많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서 담배 내포장지인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 화가는 못으로 긁어서 명작을 남겼으니 대지의 모양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이형의 대지라도 땅 생김새가 둔각으로 이루어졌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예각으로 뾰족한 부분이 많으면 토지이용에서 허실이 많아진다. 또 대지 면적에 비해 폭이 좁다면 더욱 쓸모가 줄게 되고 대지 주변에 집이 붙어 있으면 공사하는데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지가 가진 모든 악조건을 가진 프로젝트를 소화해서 작업을 마쳤다. 이중섭 화가에 댈 수는 없겠지만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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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도 당당하게 '집'이라고 할 수 있는 다세대주택
곧 일인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30%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다른 식구 없이 혼자 생활하는 일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사회의 저변을 뿌리부터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혼밥이라고 하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식사환경에서부터 의식주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아닌 개혁이라고 할만큼 일상생활을 바꿔내고 있습니다. 일인가구 구성원은 대학생에서부터 독거노인까지, 연령대가 사회구성원의 전반적인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인가구로 사는 집은 원룸오피스텔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초소형 아파트로 법제화되어 정식 주거유형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이에 가세하여 월세수입을 겨냥해서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어 다가구주택을 짓거나, 단독주택 택지지역에서도 순수 단독주택이 아니라 법적인 용도가 단독주택인 다가구주택으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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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문간방을 쓰게 하면서 우리집이라고?
방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다. 방은 한자어로는 房이고 같은 쓰임새로 室실이라고도 쓴다. 방을 영어로는 Room, One Room, Two Room으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일러 이렇게 쓰면서 익숙한 생활 용어가 되었다. 노래방, 찜질방 등으로 구획된 실이 특정용도로 쓰이면서 방이란 말에 부정적인 느낌이 스며있기도 하다. 방이라고 하면 옛 집에서는 큰방, 작은방, 안방, 사랑방, 고방 등으로 이름이 붙여 썼다. 이름이 지어진 방은 집을 구성하는 개실의 용도를 알 수 있다. 윗방과 아랫방이라 하면 방을 쓰는 사람의 위계를 알 수 있고 안방-안채와 사랑방=사랑채는 집에서 내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는 영역을 의미했다. 안방-안채를 쓰는 사람은 사랑방-사랑채 출입을 삼가야 하며 손님은 안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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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조건이 결정하는 집의 얼개
대지경계복원측량에 이어 토목설계사무소에 대지현황측량을 의뢰해 달라고 건축주께 부탁을 드렸다. 건축주가 젊은 분이라 그런지 신속하게 측량을 의뢰했고 결과가 빠르게 나왔다. 한국토지정보공사의 경계복원측량으로 현장에 경계점이 표시된 근거로 대지와 주변의 건물과 도로 상황과 높낮이까지 도면에 표기가 되는 작업이다. 현황측량을 부탁하고 한 주 정도 만에 현황측량도가 메일로 들어왔다. 측량 결과는 현장을 보고 염려한 만큼은 아니지만 건물 배치에 어려움이 적지 않아 보였다. 직각이 한 곳도 없는 대지 형태에 도로에 들어가고 인접대지에서 점유하고 있기까지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차 떼고 포 떼고 나니 건물을 배치할 수 있는 자리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형국이다. 건축주를 처음 만났을 때 스케치했던 대안 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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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상가주택
상가주택을 짓는 목적을 생각해 보자. 우선 단독주택에 살면서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개성 있는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 일층은 근린생활시설, 이층에는 다가구주택을 넣어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주가 바라는 집 짓기의 목표는 뚜렷하다. 단독주택은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야 한다, 근린생활시설은 장사가 잘 되어야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다가구주택은 세입자가 들락날락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상가주택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 장사가 잘 되는 근린생활시설과 세입자가 입주하면 잘 나가지 않는 다가구주택으로 확신할 수 있게 짓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장사가 잘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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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을 짓는 목적은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
상가주택을 짓는 목적은 상가와 다가구주택에서 임대 수익을 확보하고 3층 단독주택에서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임대수익의 극대화와 우리 가족의 행복이 보장되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설계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될 것이다. 돈도 벌고 행복도 찾는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층 상가는 주어진 대지의 여건에 맞춰 주차장을 배치하면 저절로 나오게 되니 고민할 게 많지 않다. 하지만 2층의 다세대주택은 입주자가 늘 거주하도록 최적의 평면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3층의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좋은 주거여건을 갖추어져야만 설계를 끝나게 될 것이다. 집이라 불러보면 단어가 주는 느낌에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3층 단독주택도 그러해야겠지만 2층의 다가구주택도 입주자가 집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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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3영역 마당Ⅱ, 한옥韓屋의 ‘마당’을 이 시대의 단독주택으로 이어가야 ‘우리집’
전통건축에서 중국집은 중정中庭, 일본집은 庭園, 우리 한옥은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의 특성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한옥에서 마당은 집의 영역별로 내부공간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게 된다. 한옥에서 건물은 대지의 가운데 앉혀지며 담장을 경계로 각 영역의 마당이 완충공간이 된다. 중국집은 건물이 담장의 역할을 하거나 건물이 없는 자리는 높은 담장을 설치하여 외부와 단절한다. 일본집은 내외부의 공간 연계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건물의 현관이 주출입구로 내부에서 각 실의 동선을 해결한다. 한옥은 건물을 둘러싼 각 영역의 마당에서 내부공간으로 출입하고 담장은 키높이 정도로 시선이 열려 개방적이다. 한옥에서 담장은 마당이라는 지붕 없는 공간의 외벽이 된다. 따라서 한옥의 특성은 마당에 쓰임새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대지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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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측량과 현장 조사
측량 결과가 나왔다. 공차초과부지라서 바로 측량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지면적을 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측량 결과가 나오면 현장에 대지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말뚝으로 대지 범위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설계를 진행하려면 대지에 가서 주변 상황을 살펴야 하므로 부리님과 시간을 맞춰서 현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동네 분위기와 대지 주변의 느낌은 괜찮았다. 동네가 위치한 산자락의 방위가 남서향이라 햇볕이 잘 들어 양명하고 산으로 둘러 싸여 큰 바람이 들지는 않겠다. 자연 취락 지역이라 좁은 골목길로 동네가 형성되어서 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대지는 차량 진입 여건이 수월한 길이 아니었다.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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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마무리하는 자리
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상가주택, 이안정 공사가 끝났다. 건축주께서 그동안 집 짓기에 애썼다며 시공자 대표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연락을 주셨다. 사실 큰 집이든 작은 집이든 규모를 떠나서 집을 지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집 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집을 지어본 사람이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로 회자되는 말이 “내가 다시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라고 할까? 실제로 내 건축주 중에는 집을 짓고 난 뒤에 큰 병을 얻은 분도 있다. 이안정은 시행법인 에코랜드의 첫 프로젝트이다. 건축주께서 부동산개발이라는 사업에 뜻을 품고 이안정을 마중물 삼아 지어낸 결과물이다. 사실 상가주택은 시행사의 프로젝트로 보기에는 수익성을 염두에 두기에는 적합한 종목이 아니다. 건축주께서는 이번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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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집
준공을 앞두고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의 당호를 지었다. 설계를 마치고 작업 과정을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영어로 가칭 ‘White House’로 썼었다. 그런데 건축주께서는 고전적인 이름을 바라는 것 같았다. 설계하는 집마다 당호를 붙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면 이름을 지어보게 된다. 이번 작업은 건축주께서 설계자에게 절대적인 믿음으로 진행 과정을 맡겨 주셔서 거의 건축사 의지대로 작업되었다. 설계 과정은 물론이고 시공자를 선정하고 공사 과정에 세세한 부분의 결정까지 건축주는 설계자의 판단을 존중해 주었다. “건축사님을 믿습니다”라는 건축주의 한 마디에 거의 매주 현장을 방문해서 건축과 인테리어 시공팀과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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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시공 중, 炎天아 물렀거라
건축물명: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 WHITE HOUSE 설계: 도반건축사사무소 건축사 김정관, 설계담당 김풍부 시공: 단단한종합건설주식회사 대표 이재남 WHITE HOUSE 공사가 30℃가 넘는 염천에도 불구하고 일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행정 처리가 늦어져서 시공 계약을 하고도 착공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현장은 더위를 무릎 쓰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공사인 단단한종합건설의 대표가 직접 현장을 관리하면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 일일 카톡 보고로 확인이 된다. 건축주가 집을 짓는 목적과 목표의 성취는 설계가 골격이라면 살을 붙여 모양을 만들어 완성하는 건 시공이라고 할 수 있다. 설계가 허투루 이루어진다면 골격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이니 아무리 공사를 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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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마당있는 단독주택
우리나라에서 땅을 밟고 살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 모여 살다 보니 집은 아파트, 일터는 빌딩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로 지상으로 이동해서 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공중으로 올라간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에서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라는 시작에서 나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감옥과 다름없이 사각 공간에 갇혀 살고 있는 셈이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살다 보니 행동 범위가 한정되고 하는 일도 익숙한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하는 일을 생각해 보라. 소파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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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대하여-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소중한 이유
인생은 밥이다 밥이 인생이라고 하니 쯧쯧 혀를 차는가? 인생이라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지만 눈물 묻은 빵에 인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니 눈을 돌리는 사람이여 더 살아보면 알게 될 일이라 절실한 일이 그밖에 또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네 밥 먹는 그 자리 어떤 이는 죽지 못해 먹는다고 하니 밥 먹으며 웃으려면 살아온 그만큼 딱 그만큼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밥은 인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생을 살아보면 밥만큼 가질 수 있는 딱 그만큼이 행복이라네 밥이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살아볼수록 밥 먹는 만큼 소확행인 건 없다. 오늘 한 끼, 다시 돌이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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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는 다르고 단독주택도 부럽지 않은 집
상가주택의 최상층에 들어가는 단독주택의 대지는 아래층 평면의 틀 안이된다. 출입구도 계단실과 E.V가 있는 쪽으로 정해져 있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지만 아파트만큼 편리하고 단독주택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집이 되어야 한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마당이 없고 있는 것에서 다르다는 것을 금방 얘기할 수 있다. 집에서 안팎을 드나들며 생활할 수 있어야만 아파트를 떠날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Balcony House의 3층에 단독주택을 구성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바로 마당과 집 안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건축주와 가족들은 그동안 살아온 대형 평수의 아파트보다 더 나은 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야만 설계가 종료되지 않겠는가? 과연 건축주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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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남향이냐 조망이냐
부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는 거래가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단독주택 용지도 바다가 보이면 그렇지 않은 땅보다 더 높은 시세에 거래된다고 하니 조망권은 곧 돈이라고 할 수 있다. 해운대에 백층이 넘는 아파트가 지어져서 준공절차가 진행 중이다. 백층 높이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운대 앞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 환상적인 풍경에 매일 취하는 일상을 보내며 살고 있을까? 바다는 천변만화라고 표현할 만큼 오묘한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 살아본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할 분이 많을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염분이 섞인 해풍과 해무가 일상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해운대에는 초고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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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3 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부산에서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부산의 과거를 얘기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산은 일제가 만든 도시라서 지금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은 다 일제시대에 지어졌다. 부산의 도시 역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이 화재로 없어지기도 했지만 일제의 잔재라는 인식으로 너무 쉽게 헐려 버렸다. 지금 남아있었다면 볼만했을 구 부산세관은 도로를 확장하면서 헐어 버렸고 구 부산시청도 롯데타워를 짓느라 없어지고 말았다. 뒤늦게 근대건축물을 보전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사회화되면서 있는 건축물이라도 지키는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도시의 역사는 건축물을 통해 읽을 수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지켜내야 할 건축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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