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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이안정怡顔亭

집짓기를 마무리하는 자리

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상가주택, 이안정 공사가 끝났다. 건축주께서 그동안 집 짓기에 애썼다며 시공자 대표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연락을 주셨다. 사실 큰 집이든 작은 집이든 규모를 떠나서 집을 지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집 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집을 지어본 사람이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로 회자되는 말이 “내가 다시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라고 할까? 실제로 내 건축주 중에는 집을 짓고 난 뒤에 큰 병을 얻은 분도 있다.

 

이안정은 시행법인 에코랜드의 첫 프로젝트이다. 건축주께서 부동산개발이라는 사업에 뜻을 품고 이안정을 마중물 삼아 지어낸 결과물이다. 사실 상가주택은 시행사의 프로젝트로 보기에는 수익성을 염두에 두기에는 적합한 종목이 아니다. 건축주께서는 이번 작업은 앞으로 펼칠 에코랜드 사업의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손을 잡아 주셨다.

 

 

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이안정 전경

 

 

畔分座반분좌 

 

반분좌라는 말은 자리를 내어준다는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위국 급고독원에서 대중을 위해 설법을 하는 중 해진 옷을 입은 마하가섭이 뒤늦게 왔는데, 좌석이 꽉 차서 앉을자리가 없었다. 그때 부처님이 “잘 왔다 가섭이여.” 하면서 앉은자리의 반(半)을 나누어주며 같이 앉자고 한 것이다. 이것이 다자탑전 반분좌(多子塔前畔分座)이다.

 

마하가섭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를 이은 상수제자인 분이다. 그런 제자이기에 부처님의 자리를 나누어 옆에 앉게 한 것이다. 건축주에게는 두 사람의 핵심 참모가 있는데 건축사와 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집 짓기의 성패는 건축주가 이 두 사람의 참모를 얼마나 잘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주의 자리를 셋으로 나누어서 건축사와 시공자를 앉힐 수 있다면 집 짓기는 세 사람의 능동적인 참여에 의해 절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반분좌는 곁을 내어줘서 나누어 앉는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건축주가 건축사, 시공자에게 각자의 영역에서 집 짓기를 자신의 일처럼 다할 수 있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이다.

 

만약 건축주가 건축사와 시공자에 대한 믿음은 반분좌의 의미라고 하겠다. 집을 짓는 작업의 전문가의 역할을 존중해 주는 그만큼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집 짓기의 승패는 오로지 두 전문가를 어떻게 선정하느냐 하는 건축주의 안목에 달려있다.

 

 

이안정 대지 가장자리의 조경 식수, 법정 조경 이외 철쭉과 배롱나무를 심어 일층 근린생활시설의 영업 환경에 힘을 더했다.

 

 

건축사는 책사, 시공자는 장수

 

‘이안정’이라는 집은 “저는 오직 건축사님을 믿습니다.”라는 건축주의 절대적인 신뢰가 시작과 끝이 한결같았다. 설계자의 후보로 처음 만났던 그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집으로 가면서 “내가 계약까지 하려고 온 건 아닌데...?”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건축주께서 고백했었다. 우리의 만남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게 아니었었는지 모를 일이다.

 

건축주는 건축사에게 주군이며 건축사는 건축주의 책사라고 할 수 있다. 초한의 전쟁에서 능력이 부족했던 유방이 항우를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그건 오로지 좋은 책사를 가까이 두고 그들의 조언에 귀 담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안정은 집의 곳곳에 건축사의 제안이 반영되어 있고 건축주는 쾌히 받아들였다. 대지 주변의 조경 식수에서 법적 기준을 넘어 철쭉 군식과 자태가 멋진 배롱나무 한 그루에 눈길이 머문다. 3층 단독주택에 한식 담장을 가진 작은 마당은 집 구경 온 지인들이 모두 감탄하는 공간이다. 옥상 잔디밭은 법의 규제로 억지로 만들었지만 돌판을 깔고 벤치를 놓아 휴게 공간으로 꾸몄다. 이런 건축사의 제안은 건축주가 받아들이기 쉬운 결정은 아니다.

 

건축사가 건축주에게 책사라고 한다면 시공자는 장수라고 할 수 있다. 책사가 아무리 좋은 전략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장수가 실전에서 용감하게 싸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축사의 설계도서에 표현되어 있는 의도까지 읽어내면서 열성을 다해 지어낸 시공자의 역할로 이안정이 빚어졌다. 장수가 전쟁에서 이긴 것처럼 만족한 결과물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안정 3층의 단독주택의 안마당, 집 안에 있으면 마당을 가진 집이 얼마나 편안한지 알게 된다.

 

 

다음 프로젝트를 기약하면서

 

이안정에는 당호를 새긴 명판을 부착했다. 명판에는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와 인테리어 팀까지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새겨진 내용이 ‘ECOLAND HOUSE #1’이다.  #1이라면 #2, #3...로 이어질 다음 프로젝트가 예정된다는 말이다.

 

마중물로 펌프질을 시작했으니 이제 양껏 물을 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물이 필요한 만큼 마음껏 퍼 올릴 수 있으니 땅만 찾으면 되겠다. 마중물로 지어낸 이안정, 본격적으로 펌프질  해서 퍼 올릴 프로젝트는 어떤 작업이 될까?

 

에코랜드 프로젝트는 주거용도는 행복이 넘치는 집, 상업용도라면 사업이 잘 되는 집으로 설계되고 지어질 것이다. 노련한 건축사를 모셨고 패기 넘치는 시공사와 함께 지을 수 있어서 안심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하신다. 건축주께서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분이라서 어서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집을 다 짓고 나서 서로 고생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이런 자리를 언제 가졌었는지 아득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실무를 시작한 지 40여 년이 되었지만 일이 두렵다. 그렇지만 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내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 오늘 이 자리는 참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며 건축주와 시공사 대표께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안정 3층 단독주택의 거실, 당호에 亭이라는 의미를 거실에서 느낄 수 있다. 정자에서 바라다보는 정경과 침실과 떨어져 사랑채 개념의 높은 천장고를 가진 독립된 공간이다.

 

 

이안정, 당호를 새긴 명판 앞에 서서 셋이 기념 촬영을 했다. 시작이 좋다고 끝이 절로 좋아지는 건 아닐 것이다. 이름을 새긴다는 건 자랑이 아니라 책임을 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호로 지은 이안정의 의미처럼 이 집에서 살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명판에 같이 새긴다.

 

아직 입주가 되지 않은 집이라 마음이 쓰인다. 에코델타시티는 아직 허허벌판인지라 비워진 터에 건축물이 더 들어서야 이안정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설계자와 시공자는 일이 끝났지만 이안정을 쓰는 사람들이 정해져야 건축주의 일도 마무리될 수 있을 텐데...

 

 

 

 

오늘 귀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건축주님과 설계자의 의도를 읽으며 공사에 열과 성을 다한 단단한종합건설의 대표께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PS: 설계 작업에 애쓴 나의 파트너 장현욱 건축사와 김풍부 과장, 내부 공간을 멋지게 마무리해 주신 CJ인테리어 차 대표님과 박 과장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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