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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울주 주택

韓室한실까지 갖춘 집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딜까? 우문이랄 수 있지만 사람마다 달리 중요도 순위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연코 방이라고 하겠다. 다른 공간은 줄여도 키워도 되지만 방은 기본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절대 크기를 고수해야 한다.

 

아파트가 집이 되면서 방이 소외되고 그로 인해 가족의 붕괴가 일어났다는 걸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아파트는 투베이라는 기본형에서 쓰리베이, 포베이로 진화해 왔다. 투베이 아파트에서도 욕실이 안방에 부설되는 과정이 있고 난 뒤에 쓰리베이, 포베이로 진행이 되었다.

 

포베이 아파트 이후 큰 변화는 안방의 고급화로 볼 수 있다. 다른 방은 크기만 달라졌을 뿐인데 안방은 파우더 공간에다 드레스룸까지 들어가면서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지금은 초고층 아파트로 지어지면서 안방은 독자적인 영역을 완고하게 확보되지만 다른 방들은 문간방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파트에서 방은 서열이다

 

요즘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게 대세라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학교 근처 원룸으로 독립하고 있다. 비워진 방이 하나는 수납공간이 부족한 아파트에서 옷방이나 창고가 된다. 다른 방 하나를 부부 중 한 사람이 쓰면서 각방살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부부 중 누가 안방을 쓸지 합의를 보아야 하는데 그게 쉬울까? 안방은 초디럭스 룸이고 다른 방은 문간방이 아닌가? 결론은 파워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안방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방이 정해지고 나면 다시 바꿔 쓰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문간방을 써야 하는 사람은 누가 될까?

 

부부로 한 집에 살면서 안방과 문간방의 차별은 너무 하지 않은가? 안방을 쓰는 사람은 거실로 나오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는데 문간방 신세인 사람은 갑갑한 방에서 신세타령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불합리한 아파트 방의 구도가 시정되기는커녕 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단독주택은 방의 서열을 없앤다

 

근래에 작업하는 주택은 기존 안방의 틀을 부수려고 한다. 그동안 작업했던 주택에도 방의 크기에서는 차별을 두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물론 욕실이 부설된 안방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청에는 그대로 따라야 했다. 주택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욕실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아파트의 틀을 깨뜨리도록 애썼다.

 

지금 작업 중인 상가주택 3층에 있는 단독주택은 방 네 개의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건축주의 요청도 있었지만 아이들부터 방을 정하고 나서 남는 방을 부부가 쓰겠다고 한다. 이렇게 방의 서열을 없애면 식구 누구나 집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더라도 방 때문에 생기는 위화감은 없을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을 보면 안방 이외에 다른 방은 더블베드가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이다. 요즘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신체가 성인과 다름없다. 그런데 방은 싱글 침대에 책상과 작은 옷장이 들어가면 여유 공간이 없다. 그러니 대학생만 되면 그 방에서 탈출하듯 학교 근처 원룸으로 옮겨가려고 한다.

 

 

설계 중인 부산 명지동 상가주택 3층 단독주택. 방이 차별없이 비슷한 면적을 가진다.

 

필자 설게 경남 양산 심한재. 방의 크기가 차별 없이 비슷한 면적을 가진다.

 

동녘골 주택의 방은

 

크지 않은 집, 작은 집을 지어야 하는 입장이라 방도 여유 있게 둘 수는 없었다. 식구는 싱글맘인 건축주와 어머니, 딸과 아들로 네 명이다. 큰방은 3.6 m× 4.8m로 둘이 쓰게 되고 작은방은 3.3 m×3.3m이다. 큰방은 건축주와 막내가 쓰고, 작은방은 큰 아이와 엄마가 쓰는데 가운데 방은 한실로 꾸며 뒤뜰로 툇마루를 통해 나갈 수 있다.

 

다락을 아이들 공부방으로 꾸미면 작은방은 침실로만 쓰면 된다. 다락은 경사지붕을 가진 집의 유용한 공간으로 쓸 수 있다. 수납공간과 서재나 아이들 공부방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작은 집을 알뜰하게 쓰는 팁이 된다.

 

 

심한재 다락. 건축주의 서재로 쓰고 있다.

 

 

경남 양산 지산심한 다락. 서재와 겨스트룸으로 쓰고 있다.

 

개인 공간인 방이 공용 공간인 거실 주방과 떨어져 있으면 식구들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다. 식구들의 누구라도 집에 자신의 손님을 초대해도 다른 식구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사라져 버린 손님이 단독주택에는 귀한 사람으로 모실 수 있게 된다.

 

부모의 친구나 아이들의 친구가 집에 올 수 있어야 식구들의 교우 관계를 알 수 있다. 우스개 말로 우리집에 아이들의 친구가 자주 와서 얼굴을 알아야 친구의 부모님을 상대로 막말을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우리집에 드는 손님은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동녘길 주택 배치 및 평면도. 큰방은 두 명, 작은방은 한명씩 쓴다. 가운데 방은 뒤뜰로 이어지며 한실로 꾸밀 예정이다

 

 

한실이 있는 심한재. 동녘길 주택에도 이런 분위기로 한실과 뜰이 지어질 수 있다.

 


 

방은 식구들의 개인 공간이어서 불편하거나 다른 방과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금방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초등학생인 아이일 때 집을 지으면서 그 아이가 곧 몸집이 어른과 다름없이 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방의 크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부부가 각방을 쓰는 걸 탓할 수 없는 세태에 우리 아파트는 왜 안방만 크고 디럭스 하게 구성하는지 알 수 없다.

 

동녘길 주택은 작은집이라 방도 작지만 부족한 공간을 채워줄 다락이 있어 모자람이 없다. 한실로 꾸밀 가운데 방은 우리집을 한옥에 사는 특별한 정서까지 더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세상에 부러워할 집이 없는 우리집이다.

 

무설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부산다운건축상,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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