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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이안정怡顔亭

3층에 마당있는 단독주택

우리나라에서 땅을 밟고 살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 모여 살다 보니 집은 아파트, 일터는 빌딩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로 지상으로 이동해서 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공중으로 올라간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에서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라는 시작에서 나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감옥과 다름없이 사각 공간에 갇혀 살고 있는 셈이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살다 보니 행동 범위가 한정되고 하는 일도 익숙한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하는 일을 생각해 보라. 소파에서 벗어나서 하는 일이 무엇일까? 욕실에서 일 보기, 먹을 것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 문 열기와 잠드는 시간에 침실 가기 말고 또 어떤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공중에 떠 있는 집에 사는 삶은 아무도 구속하지 않지만 스스로 속박당하고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잃어버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 가장 안타까운 일은 손님이 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거실과 방이 하나의 공간에 있다 보니 식구 중 누구의 손님이 오면 다른 식구는 거실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생활의 리듬이 없어지니 집안의 기운이 가라앉게 되고 만다.

 

발코니가 없어져 버린 건 공중에 뜬 집에서 가진 유일한 외부 공간을 없애 버린 셈이 된다. 몇 개의 화분을 놓고 화초를 기르던 작은 정원, 장독을 놓고 담아 먹던 장, 예쁜 테이블을 두고 달을 보며 마시던 차, 비 오는 날에 열어두고 듣던 빗소리가 발코니에서 할 수 있던 일이었다.

 

오디오를 갖춰서 음향을 높여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 피아노나 기타를 치는 취미 생활은 집에서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다. 아파트라는 집에서 TV를 보는 일 이외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집이라고 하면서 집이 될 수 없는 아파트는 식구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게 아닐까?

 

 

상가주택 삼층의 단독주택은 어떨까?

 

상가주택은 일층에 근린생활시설, 이층에는 다가구 주택이 들어가게 된다. 각 층의 용도가 서로 다르므로 평면 구성에서 층마다 불리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결하더라도 단점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장점만 드러나야만 설계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3층에 있는 단독주택, 분명 단독주택으로 볼 수 있지만 제대로 평면을 구성해 내는데 한계가 있다. 우선 이층 평면의 틀이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가 된다. 아래층과 연결되어 있는 계단실에 현관이 고정되고 인접대지와의 관계도 설계 작업에 제약을 준다. 과연 아파트보다 낫고 땅에 지어지는 단독주택 부럽지 않은 집으로 지을 수 있을까?

 

대지의 네 면 중에 두 면은 인접대지에 접해 있고 동남향의 면은 보행자 전용도로, 서북향의 면은 일반도로에 접하고 있다. 동북향에 면한 인접대지로 정북 일조권 높이 제한도 걸림돌이 된다. 집의 정면은 동남향에 면한 보행자 전용도로 쪽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계단실은 보행자 전용도로 쪽으로 나야 하고 주차장은 일반도로에 면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주 매스는 서남쪽 인접대지에 면해 기본 작업 방향이 정해졌다. 설계자를 믿는다면서 기대에 부풀었을 건축주를 생각하면 부담감이 물 먹은 솜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갑갑해진다.

 

이렇게 건폐율과 높이 제한, 대지에 면한 도로조건을 정리하다 보면 답은 그 틀 안에서 저절로 정해지니 건축사의 의지가 녹아들어 갈 여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절로 나온 답은 백점 만점에 평점 C를 넘지 못한다. 일층 상가는 장사가 잘 되어야 하고, 이층 다세대주택은 세입자가 들어오면 잘 나가지 않아야 하며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A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국제신도시의 상가주택 단지의 상가주택
 
 

상가주택을 돌아보니

 

 

3층 집에는 E.V가 필요 없다고?

 

상가주택을 돌아보니 의외로 E.V가 설치되지 않은 집이 많았다. 3층인데 걸어서 오르내리면 되지 비싼 E.V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과연 3층 집은 E.V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살아도 문제가 없을까?

E.V 없이 3층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20kg 정도 되는 짐을 3층 집에 가져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들고 올라갑니까?”

“혹시 집에 무릎이 아픈 사람이 없는가요? 또 발목을 삐는 사고를 당하면 집에 어떻게 올라갑니까?

상가주택의 건물주라면 재산이 꽤 많다고 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오십 대가 넘는다면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상생활을 한다면 가당한 일일까? 또 가끔이라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려야 하며 가벼운 부상일지라도 발목을 다치면 일상생활이 어떻게 될까?

 

 

아파트보다 못한 평면인데?

 

아파트가 우리네 일상의 집이 되면서 진화가 계속되어 왔다. 주방가구의 개발과 건조기 복합 세탁기, 인덕션과 환기장치는 발코니가 없어진 아파트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해주고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안방의 욕실 주변 공간 설치로 귀족의 삶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상가주택의 3층 단독주택은 최신식 아파트보다 더 나은 주거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 정도 집이면 아파트에 왜 사느냐고 자신 있게 반문할 공간 얼개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살펴본 상가주택의 3층은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는 상가주택이라면 그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그 답은 넉넉한 외부공간과 풍부한 내부 공간의 확보에 있다고 본다. 아파트에는 외부공간이 사라졌고 세대 면적이 크다고 하더라도 공간의 질은 평면적이다. 마당의 적극적인 도입과 거실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어내면 아파트와 차별화된 상가주택의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다.

 

 

손님을 청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 시대의 사람들이 앓고 있는 고질병은 외로움이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분가를 서두른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와 살기에는 아파트가 맞지 않는 데 있다. 아이들이 쓰는 공간은 싱글 침대와 책상, 옷장으로 비좁은 방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나버린 아파트는 부부도 각방을 쓰게 된다. 아파트에서 보내는 일상은 TV 시청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각방을 쓰는 부부는 일상의 시간도 각각 보내게 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님을 청하게 되면 한 사람은 집 밖으로 쫓겨 나가야 한다. 그러니 자꾸 집 밖으로 나돌게 된다.

상가주택의 3층은 손님을 편히 청할 수 있는 집으로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단독주택의 당당한 권리가 아닐까 싶다. 부부 중 누구의 손님이 와도 밤새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놀아도 괜찮은 집, 우리집으로 지어서 사는 특급 권리가 아닐까?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지어질 필자 - 도반건축사사무소 설계 상가주택 E.V가 설치되며 손님이 와도 좋은 독립된 거실 영역과 마당으로 단독주택이 부럽지 않은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상가주택의 3층에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라야 한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만 살려서 지어야만 우리집의 가치가 돋보이는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3층이라도 E.V가 있어야 하며 아파트 생활이 주는 편리함과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집이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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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택 3층에 있는 단독주택, 어떻게 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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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델타시티 상가주택, 3층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WHIT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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