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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문간방을 쓰게 하면서 우리집이라고? 방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다. 방은 한자어로는 房이고 같은 쓰임새로 室실이라고도 쓴다. 방을 영어로는 Room, One Room, Two Room으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일러 이렇게 쓰면서 익숙한 생활 용어가 되었다. 노래방, 찜질방 등으로 구획된 실이 특정용도로 쓰이면서 방이란 말에 부정적인 느낌이 스며있기도 하다. 방이라고 하면 옛 집에서는 큰방, 작은방, 안방, 사랑방, 고방 등으로 이름이 붙여 썼다. 이름이 지어진 방은 집을 구성하는 개실의 용도를 알 수 있다. 윗방과 아랫방이라 하면 방을 쓰는 사람의 위계를 알 수 있고 안방-안채와 사랑방=사랑채는 집에서 내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는 영역을 의미했다. 안방-안채를 쓰는 사람은 사랑방-사랑채 출입을 삼가야 하며 손님은 안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되.. 더보기
- 주는 대로 받는 설계비, 받아야 할 설계비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설계비의 민간대가 법제화를 올해 주요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석정훈 회장은 민간 설계 대가가 199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지금의 설계대가로는 건축사라는 전문가의 정체성마저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법제화를 이루어낸 석정훈 회장의 저력을 보면서 건축사 민간대가의 법제화도 이루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건축설계비 민간대가가 법제화되더라도 건축사들의 자유 경쟁으로 정해지는 설계비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계비를 결정하는 기준이라도 있어야 견적서를 작성할 근거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건축물을 짓는데 건축사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보아야 할까? 평당으로 책.. 더보기
- 설계비 얼마요? 일본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지만 건축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 다녀온 시모노세키 여행에서 1902년에 지어져서 2011년에 헐어내고 비워져 있는 산요호텔 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산요 호텔은 100년을 넘게 시모노세키를 대표하는 호텔로 운영되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어 버렸다. 시모노세키 시에서는 그 건축물을 기억하기 위해 안내판을 가로변에 설치해 두었다. 그 안내판에는 산요 호텔 외관의 장식부재를 붙여 이미 사라져 버린 건축물을 기억하는 단서로 남겨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의 도시는 고건축과 근대건축, 현대건축이 공존하며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를 건축물을 돌아보며 온전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일본의 변방인 대마도의 이즈하라에서부터 거대도시 오사카, 도.. 더보기
- 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상가주택 상가주택을 짓는 목적을 생각해 보자. 우선 단독주택에 살면서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개성 있는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 일층은 근린생활시설, 이층에는 다가구주택을 넣어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와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주가 바라는 집 짓기의 목표는 뚜렷하다. 단독주택은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야 한다, 근린생활시설은 장사가 잘 되어야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다가구주택은 세입자가 들락날락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상가주택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 장사가 잘 되는 근린생활시설과 세입자가 입주하면 잘 나가지 않는 다가구주택으로 확신할 수 있게 짓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장사가 잘 되는 .. 더보기
- 집짓기의 계륵, 건축사의 역할과 설계비 집을 짓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 번 할 수 없는 일대사一大事라고 한다. 집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이면 집 세 채 짓고 저승 가면 무조건 천당행이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내 집을 지어본 사람이면 두 번 다시 이 일을 하면 성姓을 간다고 할 정도로 문제와 다툼 없이 짓기는 어렵다. 건축주가 다툼 가운데 있게 되는 건 돈을 적게 들여 원하는 집을 지으려 하거나 일을 독단적으로 진행할 때 일어나게 된다. 시공자는 정해진 공사비에서 원가를 줄여 이윤을 확보하려고 애쓸 테지만 이윤을 뺀 실행 공사비가 부족해서 공사에 소홀하다 보면 문제가 된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뜻을 같이 해야 하는데 적정하지 못한 공사비는 늘 다툼의 원이 되기 일쑤다. 이렇게 다투게 되는 원인이 부실한 설계도면일 수 있으니 건축사의 책임이 없.. 더보기
- 상량식上樑式에서 지난 2월 5일에 중목구조를 골조로 해서 짓고 있는 양산시 원동면의 심한재心閑齋의 상량식이 있었다. 상량식(上樑式)은 목조 건물의 골재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대공을 세운 후에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거기에 공사와 관련된 기록과 축원문이 적힌 상량문을 봉안하는 의식이다. [위키백과] 의식이다. [위키백과] 건축주께서 공사와 관련된 기록을 준비해 왔고 대들보에 붓으로 상량문을 써서 올렸다. 의식은 별도로 올리지 않고 건축주와 설계자가 대들보를 고정시키는 핀을 박아 넣는 것으로 형식을 삼았다. 시공자가 크리스찬이라서 그런지 기공식과 상량식을 간소하게 하고 말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기공식은 토지신께 고하며 땅을 훼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것이고 상량식은 마.. 더보기
- 경계 측량과 현장 조사 측량 결과가 나왔다. 공차초과부지라서 바로 측량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지면적을 정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측량 결과가 나오면 현장에 대지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말뚝으로 대지 범위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설계를 진행하려면 대지에 가서 주변 상황을 살펴야 하므로 부리님과 시간을 맞춰서 현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동네 분위기와 대지 주변의 느낌은 괜찮았다. 동네가 위치한 산자락의 방위가 남서향이라 햇볕이 잘 들어 양명하고 산으로 둘러 싸여 큰 바람이 들지는 않겠다. 자연 취락 지역이라 좁은 골목길로 동네가 형성되어서 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대지는 차량 진입 여건이 수월한 길이 아니었다.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 더보기
- 상가주택 설계 지침? 상가주택은 건축법에는 없는 용어이다.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개발된 택지에 지정된 주거용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이다. 보통 일층에는 근린생활시설, 이층에 3~4 세대로 다가구주택, 3층은 건축주가 살 단독주택으로 세부 용도가 구체화되어 있다. 일층 근린생활시설과 이층 다가구주택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삼층 단독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는 매리트가 있어서 인기 프로젝트로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니 설계 목표는 아주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일층은 장사가 잘 되는 근린생활시설, 이층 다가구주택은 입주자가 들어오면 계약을 갱신해 가면서 계속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라도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상가주택은 용도와 면적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설계로 짓느냐에 따라 생활비가 나오는 수익성이 달라질 것은 당.. 더보기
- 불교의 미래, 절을 바꿔 지어야 불교가 산다 제 사무실 근처에 규모가 제법 큰 포교당이 들어 섰습니다.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모습의 집입니다. 박스 형태로 짓고 난간을 기와로 장식해 절 분위기를 조금 내었을 뿐 입니다. 간판만 절이지 분위기는 영 아닙니다. 이제 기와집이 아닌시대에 맞는 절의 형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도 없고 현대식의 절을 제대로 제안할 건축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축가인 제가 큰 사찰부터 포교당까지 현대식 사찰에 대한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콘크리트로 된 절을 설계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기와를 포기하지 못하는 스님을 설득하지 못해 양복에 갓쓰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와를 벗은 우리 시대의 절을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스님들과 불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읽고 사찰을 짓는데 반영을 할 수.. 더보기
-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집을 설계해 주세요 나는 가끔 건축사 동료들에게 농담 같은 진담으로 물어본다. 건축주가 설계 의뢰를 하면서 딱 하나의 조건만 동의를 해준다면 건축사가 원하는 설계비로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동료 건축사들은 무슨 그런 설계 조건이 있느냐며 반문을 했다. 혹은 그 조건을 수락하겠다며 계약을 하고 잘 협의를 해가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동료도 있다. 그 대답을 하는 동료 건축사에게 건축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과연 건축사가 자신 있게 그런 집을 설계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조건임에 틀.. 더보기
-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 더보기
- 인어공주와 왕자님의 사랑, 우리집에서만 얻어지는 행복 어제 집 짓기에 관해 문의해 보고 싶다는 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고 있는데 후보 대지가 있어서 자문을 받아보고 구입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집을 짓기 위한 절차나 공사비 등 제반 사항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이런 상담에도 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설계 의뢰를 받기 위한 서비스로 무상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대지는 면적이 90㎡, 건폐율을 적용하면 한 층에 54㎡를 지을 수 있으니 협소주택으로 지을 조건이었다. 도로가 북동쪽에 있어서 햇볕을 집에 들이는 게 쉽지 않은 대지이다. 그분께 집을 지어서 살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부부가 의논을 잘해서 결정하라는 자문을 해드렸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을 짓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 더보기
- 3층에 마당있는 단독주택 우리나라에서 땅을 밟고 살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 모여 살다 보니 집은 아파트, 일터는 빌딩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로 지상으로 이동해서 일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로 공중으로 올라간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에서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라는 시작에서 나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감옥과 다름없이 사각 공간에 갇혀 살고 있는 셈이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살다 보니 행동 범위가 한정되고 하는 일도 익숙한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하는 일을 생각해 보라. 소파에서 벗어나.. 더보기
-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더보기
- 집을 생각하는 화두, '얼마나'와 '어떻게'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자락의 양산 지산리에 집터를 잡은 단독주택 설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서른 평 이하의 단층으로 지으려고 했다. 여태껏 서른 채 가까운 단독주택을 설계했지만 최소 마흔 평은 넘어야 방이 세 개가 들어가면서 손님이 묵어갈 수 있는 집이 된다. 서른 평 정도의 규모로 ‘집다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아파트의 규모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전용면적 25.7 평이면 방이 세 개가 나오는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집이다. 물론 발코니를 법이 허용하는 대로 확장한 상태라서 거의 마흔 평에 가까운 면적이 된다. 단독주택의 서른 평은 아파트로 치면 분양면적 스무 평 초반 대에 해당되는 규모가 될 것이니 평생 살아야 하는 집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부.. 더보기
- 아홉 번째, 부부가 각방을 쓰고 살아도 좋은가요? 안방을 없애야 우리집이 된다. 단독주택 설계를 의뢰 받아 건축주에게 드리는 첫 질문은 가족사항이 된다. 그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부부가 방을 어떻게 쓰는지 묻게 되는데 이 질문은 참 조심스럽다. 부부가 한 방을 쓰는 게 당연한 일인데 왜 묻게 되었을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내와 방을 따로 쓴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각방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내 친구들이 그렇다면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는 게 특별한 경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어 정보검색을 해보았다. 의외로 각방을 쓰는 부부가 많아지는 추세이며 연령대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한다. 각방을 쓰는 이유는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각방을 쓰게 되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한다면 받..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