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정리 중입니다 ⏱
브런치스토리
본문 바로가기

미디어/행복한삶을담는집이야기

아이들은 문간방을 쓰게 하면서 우리집이라고? 방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다. 방은 한자어로는 房이고 같은 쓰임새로 室실이라고도 쓴다. 방을 영어로는 Room, One Room, Two Room으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일러 이렇게 쓰면서 익숙한 생활 용어가 되었다. 노래방, 찜질방 등으로 구획된 실이 특정용도로 쓰이면서 방이란 말에 부정적인 느낌이 스며있기도 하다. 방이라고 하면 옛 집에서는 큰방, 작은방, 안방, 사랑방, 고방 등으로 이름이 붙여 썼다. 이름이 지어진 방은 집을 구성하는 개실의 용도를 알 수 있다. 윗방과 아랫방이라 하면 방을 쓰는 사람의 위계를 알 수 있고 안방-안채와 사랑방=사랑채는 집에서 내외부인이 드나들 수 있는 영역을 의미했다. 안방-안채를 쓰는 사람은 사랑방-사랑채 출입을 삼가야 하며 손님은 안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되.. 더보기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집을 설계해 주세요 나는 가끔 건축사 동료들에게 농담 같은 진담으로 물어본다. 건축주가 설계 의뢰를 하면서 딱 하나의 조건만 동의를 해준다면 건축사가 원하는 설계비로 계약을 하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동료 건축사들은 무슨 그런 설계 조건이 있느냐며 반문을 했다. 혹은 그 조건을 수락하겠다며 계약을 하고 잘 협의를 해가면서 진행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동료도 있다. 그 대답을 하는 동료 건축사에게 건축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집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과연 건축사가 자신 있게 그런 집을 설계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려운 조건임에 틀.. 더보기
식구들이 꼭 집에서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 집에 있으면 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에서 집이라고 하면 아파트이니 거실 말고는 있을 곳이 따로 없지 않은가? 그러면 거실 소파에 앉거나 드러누워서 TV 보는 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별다른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거실은 TV를 보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거실 벽 TV 화면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오디오 시스템도 보강하는 집이 많다. 안락한 TV 시청을 위해 다리를 쭉 뻗고 볼 수 있는 소파가 없는 집이 없다. 집에서 주로 TV를 보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닌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왜 집에서 TV만 보느냐 하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도 없지만 딱히 다른 할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OTT 서비스로 제공되는 전 세계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는 볼 시간이.. 더보기
혹시 각방 쓰시나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았다.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는 게 생소했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부부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아내가 내 옆에서 자지 않은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될 크기인데 언제부턴가 불편하다며 아내는 거실로 잠자리를 옮겨 버렸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각방 쓰시나요?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고 따로 방을 쓰는 집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처럼 나이를 많이 먹은 경우에는 어쩌면 잠자리를 따로 쓰는.. 더보기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더보기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 더보기
인어공주와 왕자님의 사랑, 우리집에서만 얻어지는 행복 어제 집 짓기에 관해 문의해 보고 싶다는 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고 있는데 후보 대지가 있어서 자문을 받아보고 구입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집을 짓기 위한 절차나 공사비 등 제반 사항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이런 상담에도 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설계 의뢰를 받기 위한 서비스로 무상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대지는 면적이 90㎡, 건폐율을 적용하면 한 층에 54㎡를 지을 수 있으니 협소주택으로 지을 조건이었다. 도로가 북동쪽에 있어서 햇볕을 집에 들이는 게 쉽지 않은 대지이다. 그분께 집을 지어서 살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부부가 의논을 잘해서 결정하라는 자문을 해드렸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을 짓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 더보기
내가 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하면 어때?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은 예외 없이 넘치게 공부를 하고 건축사를 찾아온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얻고 싶은 정보의 키워드만 치면 무한대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을 통하거나 직접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로 생생한 실물 정보를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건축주라면 우리 식구가 살 집이니 미리 공부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컴퓨터 작업에 능숙한 젊은 사람들이라면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이미지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 검색으로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된 계획안을 들고 찾아온 건축주를 건축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죽은 사람만 아니면 어떤 병도 치유할 수 있다던 명의 ‘화타’도 고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 그 환자는 스스.. 더보기
비싼 땅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자고 하는 아내 요즘 부산 시내에는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임대사업을 위해 짓는 도시형주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땅값을 올려 버렸다. 도시형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단독주택이 모여 있었던 오래된 동네가 이제 거의 다 없어져버렸다. 임대수익을 위해 소위 원룸 주거가 동네를 점거하는 건 마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우리 동네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게 되니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집만큼 우리 동네에 소속감과 애정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 땅값에 밀려 아파트로 가고 만다. 땅값이 오른 집에 등을 붙이고 살 수 없도록 가해지는 이런저런 압력을 이길.. 더보기
밥에 대하여-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소중한 이유 인생은 밥이다 밥이 인생이라고 하니 쯧쯧 혀를 차는가? 인생이라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지만 눈물 묻은 빵에 인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니 눈을 돌리는 사람이여 더 살아보면 알게 될 일이라 절실한 일이 그밖에 또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네 밥 먹는 그 자리 어떤 이는 죽지 못해 먹는다고 하니 밥 먹으며 웃으려면 살아온 그만큼 딱 그만큼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밥은 인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생을 살아보면 밥만큼 가질 수 있는 딱 그만큼이 행복이라네 밥이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니 안타깝다면서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살아볼수록 밥 먹는 만큼 소확행인 건 없다. 오늘 한 끼, 다시 돌이킬.. 더보기
도시형 주택도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원룸 투룸 쓰리룸, ‘룸주거’에 사는 사람들 뉴스를 듣고 보기가 두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모는 소식이 심심찮게 뉴스로 보도된다. 이런 패륜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돈 때문이라고 한다. 돈이 필요해서 가족을 대상으로 우발적인 것도 아닌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고 학생이 스승을 향해 막말을 하다못해 주먹까지 휘두르는 일은 또 어떤가? 어린이집에 맡겨진 유아들을 교사들이 보육이 아닌 폭력을 쓰는 일도 이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가 제 위치를 망각하고 해야 할 일을 알.. 더보기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식구들이 ‘우리집’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계단 홀 나의 설계 작업에서 계단은 각층 영역에서 개별 공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식구들 간의 소통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계단은 기능으로 보면 층과 층을 이어주는 수직 통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계단이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디자인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요소로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주출입구와 하나 되는 홀과 연계되면 상징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크게 제 역할을 한다. 계단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른 깊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 아파트는 아무리 큰 면적을 가졌다고 해도 공간감이 없는 평면적인 집일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층고를 조절해서 깊은 공간감을 줄 수 있다. 특히 계단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른 깊은.. 더보기
아내 같은 집을 지어야 하는데 딸이 대학원 선배가 설계해서 직접 공사를 했다는 주택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왔다. 마침 건축주도 같은 학교 대학원 선배였기에 건축을 하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지은 집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왔는지 궁금했다. 그 집을 설계하고 공사를 한 사람은 최근 단독주택 쪽으로 설계와 공사를 함께 하고 있어서 건축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어제 하룻밤 지낸 주택은 어떻더노?” “실내 분위기는 마음에 드는데 외관은 좀 과한 디자인이 된 듯했습니다.”.” 딸이 찍어온 사진을 보면서 묻는 나의 말투에 긍정적이지 못한 냄새가 묻어나니 딸의 대답에 시선을 피하듯 슬쩍 흘려버렸다. 실내 공간 분위기는 괜찮은데 외관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딸의 대답은 분명 내가 평소에 내세우는 건축에 대한 정의와 배치.. 더보기
설계비 얼마요? 일본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지만 건축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 다녀온 시모노세키 여행에서 1902년에 지어져서 2011년에 헐어내고 비워져 있는 산요호텔 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산요 호텔은 100년을 넘게 시모노세키를 대표하는 호텔로 운영되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어 버렸다. 시모노세키 시에서는 그 건축물을 기억하기 위해 안내판을 가로변에 설치해 두었다. 그 안내판에는 산요 호텔 외관의 장식부재를 붙여 이미 사라져 버린 건축물을 기억하는 단서로 남겨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일본의 도시는 고건축과 근대건축, 현대건축이 공존하며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를 건축물을 돌아보며 온전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일본의 변방인 대마도의 이즈하라에서부터 거대도시 오사카, 도.. 더보기
내 나이 일흔인데 집을 지어도 될까요? 예순이 갓 넘은 건축사에게 일흔 인 건축주가 묻는다. 집을 짓는다는 건 일흔이면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냐며 쑥스러워하신다.. 집을 짓는 데 나이를 따지는 사람이 없을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데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나이나 건강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살면서 병원 가까이 있어야 노후가 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그럴까? 예순이든 일흔이든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면, 지병이 있어서 아파트가 아니면 힘이 부쳐서 살기 어렵다고 하는 생각이 맞을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심지어 남자들의 로망이 자연인이 되는 것이라고도 얘기한다. 심심산골 깊은 산골에 얼기설기 오두막을 짓고 사는 분들이 이제 사는 맛이 난다고 한다. 자연.. 더보기
이제부터 집도, 사람도 서로 익숙해져야 할 거라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가 A와 세계적인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건축주가 던졌던 꼭 같은 질문에 대해 다른 대답을 했다. 건축주가 그들이 설계해서 지은 집에 입주해서 살아보니 불편한 게 많다고 두 건축가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살아보니 불편한 건 건축주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리나라 건축가 A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당신은 교수니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교수라는 당신의 위치에 어울리게 설계했으니까요." 그러면 안도 타다오는 어떻게 얘기했을까? "이제 막 입주한 상태이니 집도, 당신도 서로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두 건축가의 대답에서 건축주가 수긍할만한 내용이 있었을까? A 건축가가 설계한 집은 건축주의.. 더보기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퇴근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석양이 깔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많다. 저녁 무렵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잠 들 즈음이라야 발코니가 밝아진다. 잠 들 시간이라야 사람이 드는 집은 ‘빈집’이나 무엇이 다르랴. 바깥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지만 일 하러 나간 사람은 잠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이다. 아무도 올 리 없건만 누군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는 마음은.. 더보기
단독주택은 三代의 和音이 아름다운 집이라야 독주獨走가 아닌 소통疏通은 개인의 영역이 보호될 때 큰 하나의 질서에 동참할 수 있다. 가장 중심의 종적질서의 집이 아파트를 포함하는 지금까지 살아온 주거공간이었다. 과거의 집이 아니라 개개인의 영역이 확보되어 세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미래의 집은 어떠해야 할까? 아파트는 ‘부부만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깊이 뿌리를 내려버렸다. 아파트를 부부만을 위한 집이라고 단정을 내리는 근거가 있을까? 전용 공간이 백 평이 넘는 아파트도 삼 세대 거주가 힘들 뿐 아니라 자식들의 영역은 배제되어 방 하나에서 그치고 있다. 아파트에서 홀로 된 노부모와 함께 지내기가 어렵고,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학교 앞 원룸으로 분가를 서둔다. 출가한 자식들이 자주 찾지 않으니 손주 얼굴 잊어먹겠다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 더보기
벽난로보다 구들 단독주택이 봇물 터지듯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공사비에 부담이 되어서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아파트 거래가가 미친 듯이 오르다 보니 이젠 단독주택을 짓는 공사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는 부담이 가는지가地價탓인지 작품이라고 할 만큼 개성 있는 집이 지어진다. 그렇지만 도시 외곽에 택지를 만들어 사업자가 공급하는 집은 꼭 같은 모양으로 찍어내듯이 짓고 있으니 너무 아쉽다.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단독주택을 왜 분양받아서 사는 것일까? 단독주택은 우리 식구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집’을 지어서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우리집’이라는 말에서 큰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게 이 말 자체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단독주택을 .. 더보기
집, 그 바탕으로서의 無, 屬性으로서의 空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00103 집, 그 바탕으로서의 無, 屬性으로서의 空 김 정 관 無와 空, 한자를 그대로 읽어낸다면 ‘없다’의 無는 ‘있다’라는 有의 상대어이며 ‘비어있음’의 空은 ‘눈에 보이는 모습’이라는 色의 상대어가 된다. 하지만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無는 유有를 드러내게 하는 근원이며 불교에서 공空은 색色의 속성屬性으로 본다. 즉 존재로서의 유有는 근원으로서의 무無를 바탕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며, 눈으로 볼 수 있는 색色은 한시적인 모습일 뿐 그 속성은 끊임없이 변해가므로 공空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형태로서 드러나는 것인 ‘유有와 색色’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보이는 것만으로는 읽어내기 어렵다. 드러난 모양으로는 보는 사람마다 읽어내는 시각의 차이로 말미암아 각기 다른 견해를 표하게 .. 더보기
단독주택이 '우리집'이 되어야 함에 대하여-2017 부산건축제 개막강연 원고 단독주택이 ‘우리집’이 되어야 함에 대하여 - 2017 부산국제건축문화제(주제-Living in the City) 개막강연 원고 김 정 관 우리는 누구나 집에 산다. 바깥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지내다가 잠깐 밖으로 나간다. 바깥에서 잠시 볼 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이갑수 산문집 '오십의 발견’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 그곳이 집이다.’ 집에 대한 정의가 이보다 더 명쾌할 수 있을까? 집은 일상의 시작점이자 종점이다. 누구에게나 하루 일과를 마치면 돌아갈 곳은 ‘집’ 일 수밖에 없는데 그 ‘집’을 잃고 방황한다. 밤 열 시 경이면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불이 켜지지 않.. 더보기
외로움이라는 병, 그리움이라는 약 외로움이라는 병, 그리움이라는 약 김 정 관 올 겨울이 춥다고 하더니만 세밑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처럼 꽁꽁 얼어붙은 날엔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고 만화책을 보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계절이 그러니 하면 마음의 갈등은 없는데 덥다니 춥다니 하면서 투덜대는 게 사람이다. 이런 날에는 따스한 차 한 잔 하기에 딱 좋고 차향에 빠져들다 보면 누군가 그리워진다. 이 그리움의 대상은 누구일까? 추운 날에는 향이 짙은 홍차나 암차를 마시는 게 제격이다. 잔으로 전해오는 온기도 좋지만 오롯이 느껴지는 차향에 유난히 차맛이 좋게 다가온다. 더운 날에는 만사가 귀찮지만 추우면 무엇을 해도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정되지만. 차향에 묻어서 문득.. 더보기
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 ‘어떤 집을 지을까?’에 ‘어떻게 살 집’을 덧붙여보니 2019 부산건축제의 주제 ‘어떤 집을 지을까?’에 ‘어떻게 살 집’을 덧붙여보니 ‘부산건축제’에서는 격년으로 9월에 건축 잔치를 벌인다. 올해는 부산역 광장 일원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이번 주제는 '어떤 집을 지을까?'라고 정했다. 주제를 살펴보자니 '어떤 집'에 눈길이 멎어 잠깐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이라는 표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구분을 이르는 것이다. ‘이런 집? 저런 집?’으로 집에다 초점이 맞춰서 얘기하는 것이리라. 어떤 집이라면 기와집, 나무집으로 구분이 되기도 하겠고 단독주택, 연립주택으로 나눌 수도 있겠다. 큰집, 작은집으로 선택이 되기도 하겠고 단층집, 이층집으로 차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심주택과 전원주택도 어떤 집에서 구분이 되면서 얘기를 할 수 있겠다. '어떤 집을.. 더보기
창으로 닫혀 있는 집 아파트, 문으로 열려 자연과 소통하는 단독주택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16 창으로 닫혀 있는 집 아파트, 문으로 열려 자연과 소통되는 단독주택 -'창문'으로 세상과 不通되는 집 아파트와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되는 단독주택 ‘우리집’ 주인에게는 가랑비, 손님은 이슬비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얼씨구나 손이 어서 가주길 바라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겠다. 왠 걸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이슬비’가 내린다며 더 있고 싶은 의중을 전했다나 어쨌다나.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 요즘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은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 더보기
우리집을 짓는 이유-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이야기 2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2 우리집을 짓는 이유는 하나,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옷, 밥, 집과 글, 약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짚어서 의식주라고 한다. 특히 이 세 가지에 짓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짓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로 나와 있고 약을 만들고 시를 쓰고 농사를 하다로 이어져 풀이가 되어 있다. 결국 지어야 하는 대상은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 되고 마음을 내어 정성을 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어서 쓰지 않고 만들어서 파는 것을 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요즘이다. 정성을 다해 지어야 마음이 들어가고 입고 먹고 쓰는 사람에게도 좋.. 더보기
歸家, 우리는 돌아갈 집이 있는가? 귀가歸家,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집’과 ‘돌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스레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 예전, 아침에 집을 나서서 낮에 일을 보고 나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때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을 어디의 풍경이 다 그랬었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이 들지 않으니 지금은 집다운 집이 없는 홈리스의 시대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겠지만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면 집집마다 창에는 불이 들어온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서 집집마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면 밥 짓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나가다. 밥에 뜸을 들일 즈음일까 엄마가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로 골목이 메아리쳤다. .. 더보기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가랑비와 이슬비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된 ‘우리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서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이슬비’가 내린다고 응수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다고 한다.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서 요즘 같은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에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한고 여겼다. 한옥 대문을 보면 안으로 향해 여닫게 되어 있다. 이것은 들이기는 하되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열고 닫히는 방향이 집 안으로 향하는.. 더보기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짓는 집 옛 선비들은 작은 집에 청빈하게 사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근근이 비를 가린다는 뜻의 비우(庇雨) 사상이라 하는데, 일례로 '지봉유설' 등 명저를 남긴 석학 이수광이 그 사상과 유적을 남기기 위해 주춧돌 위에 조촐하게 초우를 복고하여 그 당호를 비우당(庇雨堂)이라 불렀다는 일화가 있다. 그와 같은 사상은 '십 년을 경영하야 초려삼간 지었나니/ 반 칸은 청풍이요 반 칸은 명월이라/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라고 노래한 사계 김장생의 시에 잘 나타나 있다. 집은 비워져 있고 오히려 집 주변의 청풍명월이 집을 채운다. 거기서 집은 한 그루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 소월은 또 이렇게 노래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더보기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4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자연은 견성정(見性情)의 대상이다. 그 대상 앞에서 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많은 시들은 집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감각적인 대상들을 즐겨 노래한다. “빈창에 눈보라 치고 촛불 그물거리는 밤 달빛에 걸러진 솔 그림자 지붕 머리에 어른댄다 밤 깊어 알괘라! 산바람 지나가는 줄 담 너머 서석 거리는 으스스 댓잎소리... “ (이우, 눈보라 치는 밤에) 놀랍게도 시 속에는 집이 없다. 시인도 자신의 집에 살았으련만, 그의 집은 온데간데없다. 존재는 있으되 그 모습은 온전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다면 창이나 툇마루나 정자, 지붕만이 정경 속에 묻혀 있을 뿐 집이나 바람, 구름, 달과 새와 함께 배경으로 존재한다. 집.. 더보기
한실(韓室), 전통으로 이어져야 할 우리 주택의 요소 (1)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3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3 한실(韓室), 전통으로 이어져야 할 우리 주택의 요소 (1) 아파트가 우리 주거의 대세가 되면서 생활 방식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책상과 식탁에서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밥을 먹는다. 일상생활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삶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어버리고 만 것도 적지 않다. 과연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양식 주택은 한옥의 전통을 따른 집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서 주로 블록조로 지었다. 집의 외관은 양식이었지만 평면은 한옥의 전통을 따랐다. 평면 얼개를 살펴보면 전통 주거의 형식을 따른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청과 한실을 대체하는 마루와 안방을 살린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