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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행복한삶을담는집이야기

이제부터 집도, 사람도 서로 익숙해져야 할 거라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가 A와 세계적인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건축주가 던졌던 꼭 같은 질문에 대해 다른 대답을 했다. 건축주가 그들이 설계해서 지은 집에 입주해서 살아보니 불편한 게 많다고 두 건축가에게 하소연을 한 것이다. 살아보니 불편한 건 건축주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리나라 건축가 A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당신은 교수니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교수라는 당신의 위치에 어울리게 설계했으니까요."

 

그러면 안도 타다오는 어떻게 얘기했을까?

 

"이제 막 입주한 상태이니 집도, 당신도 서로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두 건축가의 대답에서 건축주가 수긍할만한 내용이 있었을까? A 건축가가 설계한 집은 건축주의 그 뒤 근황을 들은 바가 없다. 그런데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집의 건축주는 30 년이 지났지만 그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집은 그 유명한 '스미요시 주택'이다.

 

 

스미요시 주택 외관-자료사진 강원대 강훈 교수

 

스미요시 주택 평면도와 단면도-자료 사진 강원대 강훈 교수

 

스미요시 주택 중정-사진 강원대 강훈 교수

스미요시 주택은 안도 타다오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좁고 긴 대지의 형태 때문에 인접대지 쪽으로는 창을 내기 어려워서 중정을 두고 실내 채광을 해결했다. 그렇지만 도로에 면한 이층의 방도 창을 내지 않은 건 건축가의 중정에 대한 의도가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을 내가 쓴다고 가정하고 살펴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거실과 주방이 나뉘어져 있어 차를 한 잔 마시려고 하면 밖을 나가서 주방으로 가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거나 추운 겨울날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뿐 아니라 방은 이층에 있는데 일층에 있는 욕실을 쓰려면 외부 계단으로 내려와야 한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이것 참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출세작이니 상징성으로 보면 돈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는 집이다. 그런데 이 집에서 30 년이나 살고 있는 건축주는 어떤 마음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집은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야 하는 작품이기보다 일상을 편하게 지내야 하는 그야말로 '집'이어야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발이 편하지 않는 신을 신고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는 고통이 따르는 걸 감수해야 한다. 건축주 한 사람은 불편한 걸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가족들은 어떨까? 집은 긴장의 연속으로 살아야 하는 작품이기보다 일상을 편하게 지내야 하는 그야말로 '집'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A 건축가가 교수니까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나 안도 타다오가 자신의 작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은 둘 다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몸에 맞는 옷, 발이 편한 신이라야 맨 몸으로 사는 것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것처럼 집이란 더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생활의 바탕이 우선 되어야 한다. 다른 용도의 건축물도 그렇지만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건축사의 작품을 의뢰해서 설계해주는 대로 맞춰 살 수는 없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작품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작품이 건축물일 수 있는 용도의 기능이 해결될 수 없다면 집이 될 수는 없다. 집은 건축사가 도면을 그리기에 앞서  '집이기 이전의 집'에 대한 깊은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집은 오롯이 집이어야 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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