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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실(韓室), 전통으로 이어져야 할 우리 주택의 요소 (1)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3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3

한실(韓室), 전통으로 이어져야 할 우리 주택의 요소 (1)

 

 

필자 설계 밀양 이안당 한실에는 전통 구들을 들였고 장작을 때어 따뜻함을 넘어 따끈따끈한 바닥의 복사열을 즐기는 집이다

아파트가 우리 주거의 대세가 되면서 생활 방식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책상과 식탁에서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밥을 먹는다. 일상생활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삶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어버리고 만 것도 적지 않다. 과연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양식 주택은 한옥의 전통을 따른 집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서 주로 블록조로 지었다. 집의 외관은 양식이었지만 평면은 한옥의 전통을 따랐다. 평면 얼개를 살펴보면 전통 주거의 형식을 따른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청과 한실을 대체하는 마루와 안방을 살린 것이 그것이다.

 

마루가 평면의 중앙에 위치하고 마루를 마주하며 북쪽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안방이 있었다. 마루의 좌우측에는 정지 공간과 이어지는 부엌방과 작은방을 두었다. 안방은 거실과 식당의 기능도 함께 가진 다목적실이어서 귀한 손님이 오면 객실로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작은방, 건넌방이 있으면 가구가 없으니 식구수가 몇 명이든 함께 생활할 수 있었다.

 

한옥처럼 가구 없이 생활하는 좌식 주거는 방 하나를 몇 명이 쓴다는 제한이 없었다. 또 방이 침실이라는 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안방은 낮에는 거실, 식당으로 쓰고 밤에는 부부의 침실이자 손님이 오면 객실로도 쓰는 다목적실이었다. 침대나 소파 등의 가구가 들어가면 용도와 사용인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주거 생활을 좌식에서 입식으로 전환한 집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지어지면서 안방 위주의 생활공간이 거실과 입식 주방이 중심 공간이 되었다. 그와 함께 좌식 생활에서 입식 생활로 주거 형식이 바뀌면서 아파트에는 가구가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되면서 집을 쓸 수 있는 식구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침대 수가 곧 그 집을 쓰는 식구의 수가 되는 셈이다. 

 

아파트 평면은 손님의 방문도 제약을 주게 되었다. 거실이 방들의 중심에 위치하다 보니 손님의 방문이 다른 식구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져오게 된다. 손님도 편하지 않고 식구들도 불편하니 어느 때부터 우리는 남의 집을 찾지 않게 되었다. 또 침대 생활로 인해 객실이 따로 없으면 손님들이 남의 집에서 하루를 묵고 가기 어렵게 되니 집의 기능은 식구들만 쓰도록 한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수용하기 어려운 집이 되어버린 셈이다. 아파트는 안방이 주가 되는 평면 구성상 삼대三代가 한 집에서 사는 게 어렵다. 아파트는 조손祖孫이 한 집에 거주하기 어렵게 되니 혈육의 정마저 옅어지는 등의 거주 패턴의 큰 변화를 불러오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에 몸이 바라는 좌식 공간

 

좌식 생활과 입식 생활의 차이는 몸이 닿는 부위가 느끼는 쾌적성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몸에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오는 생활 습성이 DNA에 내장되어 있을 것이다. 좌식 생활의 습성은 침대와 소파, 의자가 있어도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뒹구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온수온돌은 뜨거운 물이 파이프를 돌아 따뜻해지는 바닥이어서 방바닥에서 전해지는 복사열이 피부에 직접 전해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도 부부만 남아 살게 되는 시기를 배려하여 방 하나는 한실로 만들면 어떨까? 한실의 느낌을 얻으려면 방 하나는 여닫이문을 미닫이로 설치할 수 있도록 골조를 미리 비워두어야 한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한실로 고쳐서 침대가 없는 좌식 공간으로 두면 객실로도 쓸 수 있을 것이다.

 

방의 온도가 적당하면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몸이 바라는 온기는 추위만 면하면 그만인 것은 아닐 것이다. 따끈한 방바닥이 주는 쾌적함에서 얻는 카타르시스는 우리 한국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생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집에 가구가 없는 비워진 방, 온돌바닥의 따끈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한실韓室을 들이자

 

방바닥에 앉고 누워서 생활할 수 있는 좌식 공간을 다시 찾는 건 우리 주거의 전통을 잇는 이 시대 한국식 주택의 원형을 찾는 일이라 하겠다. 가구가 없는 비워진 방, 온돌바닥의 따끈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을 한실韓室로 이름을 지어본다. 한실을 되찾아 이 시대의 주택에 적용하는 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반응하는 집을 되찾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다.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 - 건축주는 입주 후 겨울 한 철을 한실에서 나고는 고질병이던 꽃가루 알레르기가 치유되었다

 

-도서출판담디 이메거진 #22 게재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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