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中動의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 7
단독주택의 세 영역 외 X-3영역, 마당Ⅰ
- 단독주택에서 ‘마당’은 ‘우리집’만의 백미인데 잔디만 깔면 그만일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픈 꿈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림 같은 집이라고 표현하는 우리집을 갖고 싶은 건 넓은 마당에 대한 바람일지 모른다. 너른 마당에 푸른 잔디가 깔려 있는 집, 머릿속에 어떤 집을 그려도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It's good to touch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고향의 푸른 잔디의 느낌은 이렇게 좋은 걸....’ 잔디 마당의 향수는 노래가사처럼 누구에게나 그리움이다.
그런데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잔디 마당은 좋게만 보이겠지만 보기에 좋은 잔디를 관리하며 살고 있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라. 눈으로 보고 즐기는 사람과 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은 반대편에 서 있을 만큼 다르다. 잔디를 깎는 일쯤이야 기계로 운동 삼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풀씨가 날아와 올라오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고단한 일임에 들림없다.
단독주택에서 외부공간을 넓은 잔디마당만 있으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집을 지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집에만 있는 ‘마당’이란 보기 좋은 잔디밭의 역할이 아니다. 집의 곳곳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공간이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집에서도 마당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그 역할의 연원淵源은 조선시대 반가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주거습성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에 옛집의 정서를 이어서 지어 살아야 몸이 편안한 집이 된다. 동북아 삼국,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은 집에서 외부공간의 역할이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마당’, 일본은 ‘정원’, 중국은 ‘중정’으로 각각 쓰임새가 다르므로 주거습성에 큰 영향을 준다.
조선시대 반가班家와 일본, 중국의 전통가옥의 외부 공간
한옥韓屋이라 부르는 조선시대 반가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마당이 있다. 안채 대청 앞에 있는 안마당, 사랑채의 사랑마당, 정지의 외부공간인 정지마당, 행랑채의 행랑마당, 제실의 제실 마당이 그것이다. 별채에는 정원을 두어 연지蓮池와 정자를 가진 관상觀賞 영역으로 외부 공간을 두기도 했다.
정원과 마당은 채움과 비움의 차이이다. 정원에는 수목과 화초, 연지와 정자 등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채우는 공간이다. 일본 전통가옥의 외부공간은 쓰임새의 마당이 아니라 볼꺼리의 정원으로 꾸몄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그 기능이 달라진다. 일본 정원 중 백미라 일컬어지는 료안지龍安寺 석정은 비워서 가득 찬 공간空間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는 비워져 있지만 꽉 들어찬 공간의 미학에 호흡이 멈춰진다.
마당은 비워진 공간이다. 중국의 전통가옥도 마당을 쓴다. 사합원四合院으로 대표되는 중국 북경의 전통가옥은 대지의 가장자리를 꽉채워 건물을 앉히고 가운데를 비운 중정이 있다. 중정은 사방으로 채워진 건물의 출입구로 이동하는 통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채광과 통풍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의 옛집 반가班家는 대지의 가운데 집이 배치되고 담장을 경계로 하여 마당이 둘러싸고 있어 중국의 전통가옥과 대별된다. 가운데를 비우고 외곽을 건물로 채운 중국의 집은 내부 공간 위주로 주거 생활이 이루어진다. 우리의 주거 생활은 각 영역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하나로 쓰고 있어 집의 규모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외부 공간을 통해 보는 한중일 세 나라의 전통가옥
우선 우리나라처럼 좌식주거인 일본의 가옥을 보면 공간을 활용하는데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주거생활은 내부공간에서 해결되고 있어 외부공간은 정원문화가 발달되었다. 일본 정원 문화는 꽃이나 나무 등으로 꾸며서 채우는 서구의 정원과 달리 료안지의 석정에서 볼 수 있는 비움의 미학으로 고도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경지로 승화되었다.
일본의 주거방식은 우리나라와 같이 좌식생활을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신발과 겉옷을 벗고 내부 공간 위주로 생활을 한다. 난방이 지원되지 않는 실내 환경은 겨울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복도를 전이공간으로 두어 방은 외부공간과 차단된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관계는 시각적으로 만 이어진다.
중국의 주거생활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입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본과 달리 현관이 따로 없고 우리나라처럼 내부의 각 영역으로 외부공간에서 바로 출입을 한다. 사합원에서 볼 수 있듯이 중정에서 내부공간의 각 실로 직접 출입한다. 중국 사람들은 신발과 겉옷을 벗지 않고 의자와 침대를 쓰는 입식 생활이므로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나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합원의 외부공간은 마당과 정원이 혼재된다.
우리나라는 좌식 생활을 한다는 점은 일본과 같지만 외부공간에서 바로 내부공간의 각 실로 출입한다는 점은 중국과 같다. 중국이나 일본의 집에는 난방을 기구를 설치해서 별도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온돌로 된 바닥 난방 덕택에 방마다 문을 통해 바깥으로 드나들 수 있다.
동북아 삼국, 전통주거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연계로 본 특성
일본은 현관을 통해서 출입을 하며 내부와 외부는 쓰임새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외부공간은 일본식 정원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켰다. 내부공간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연계성을 가지게 되므로 심미안 중시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중국은 중정에서 각 실로 출입하지만 외부공간은 동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집의 규모에 따라 넓은 중정을 가지게 되면 통로 이외에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 대지의 가운데를 비우고 외곽으로 집을 채워서 짓게 되므로 외부공간은 집의 규모에 비해 한정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연계되어 하나의 공간으로 쓰이는 독특한 주거공간적인 특성을 보인다. 안채의 대청과 이어지는 안마당, 사랑채와 하나 되는 사랑마당, 정지와 역할을 나누어 쓰는 정지마당, 행랑채와 엮어진 행랑마당 등으로 마당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 마당과 함께 각 공간은 엄격하게 구분되어 우리나라의 전통주거 습성이 면면히 이어져왔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건물의 규모가 작다. 그 이유는 내부 공간에서 부족한 부분을 외부 공간으로 확장하여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외부로 공간이 확장되어 연출되는 주거공간의 특성은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특성이다. 이 시대의 단독주택에도 이러한 개념이 이어져야만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온 유전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다.
이 시대에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조상들이 짓고 살아온 옛집의 주거특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결코 편안한 집이 될 수 없다. 아파트에서 살아오면서 우리는 편리한 생활이었을지는 모르지만 편안한 집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아파트의 평면을 땅에다 깔고 넓은 잔디마당을 두었다고 해서 ‘우리집’이 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단독주택에 두어야 할 외부 공간, 우리나라 집에만 있는 ‘마당’에 대해 이어지는 글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다음 편은 세 영역 외 제4영역인 X- Zone 마당Ⅱ로 '우리집에는 어떻게 마당을 들여야 할까'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9,5 )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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