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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단독주택의얼개짜보기

X영역 다락, 우리집의 수납공간은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나요?

단독주택을 아파트와 다름없는 얼개로 설계를 해서 지어도 괜찮을까? 이 질문이 우문愚問일 수도 있는 것이 다 그렇게 지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평면의 구성이 달라지고 그림 같은 외관을 가진 멋들어진 집이라서 아파트와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침실과 거실, 주방을 갖추면 주택이 된다고 보면 더 있어야 할 공간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독주택을 지어 노후를 보낸다고 하면 바깥출입이 거의 없이 매일 집에서 생활하게 되니 아파트와 다른 무엇이 분명히 필요하다. 아파트와 다른 공간요소가 어떤 것이 있을까?

 

아파트가 숙소의 기능으로만 쓰면서도 별 문제가 없이 살 수 있는 건 사회적인 가능을 밖에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과 식탁을 쓰지 않아도 외식으로 해결하고, 거실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건 골목마다 있는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집에서는 TV를 보거나 씻고 자면 되지 않는가?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관계를 맺지 않아도 살 수 있어야 한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이 살아도 불편하거나 심심하지 않도록 챙겨야 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자. 앞의 글에서 부부 공간, 손님 공간, 공용 공간의 세 영역을 다루었는데 그밖에 필요한 공간을 챙겨 보고자 한다.

 

 

필자설계 - 경남 양산 심한재의 경사지붕의 안에 다락이 들어있다. 경사지붕은 집의 외관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거실의 공간감을 줄 뿐만 아니라 수납 공간의 확보와 주공간을 지원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속이 꽉 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

 

우리나라 주거 생활의 특성은 사계절을 나기 위한 계절용품이나 옷이 많다는 것이다. 선풍기는 여름에만 눈에 띄어야 하고 거실에 가는 전자매트는 겨울에만 필요한 물품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입는 방한 외투는 식구 한 사람당 서너 벌은 넘다보니 옷장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어디 계절용품이나 옷만 그럴까? 유행이 지나 잘 쓰지 않는 물건들도 새 물건이 들어왔다고 해서 당장 버리는 집이 얼마나 될까? 가끔 쓰는 물건이라서 곁에 둘 필요는 없지만 어디엔가 넣어둘 자리가 있어야 한다. 선물로 받고 기념품으로 가져온 물건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버릴 수 없지 않는가?

 

집에서 방이 크다거나 방의 수가 몇 개라는 건 그 방을 써야 하는 사람에 맞추게 된다. 그런데 방의 수나 크기만 따지다보니 놓치고 있는 게 수납공간이다. 집을 작게 쓰면서도 요모조모 놓치지 않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일본의 집을 살피노라면 수납의 지혜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난방을 하지 않는 그들의 집 마루 아래, 평면 구석구석 살펴서 집어넣은 작은 창고, 공중에 매달린 수납공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수납공간은 바닥면적 대비 20%가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는데 아마도 일본의 집에서는 수납이 무리 없이 처리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집 수납공간의 현실은?

 

 

필자 설계 - 울산 원명재에는 다락이 두 곳에 설치되어 있다. 작은 다락은 서재로 쓴다.

 

 

작은 다락 창문으로 열리는 야경

 

 

한층 전체 상부를 다락으로 설치해서 큰 다락은 수납 기능 외 다목적 공간으로 쓰고 있다.

 

 

우리 아파트의 수납공간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신규 아파트는 방도 커지고 알파룸이라는 서비스공간도 나왔다. 알파룸이 수납공간일까? 그 정도로는 집의 수납을 처리하기에는 감당이 되기는 어려울 터이다. 그러면 바닥면적의 20%가 필요하다는 수납공간은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억지로 어디엔가 구겨 넣듯이 숨겼던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는 때가 오게 된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학교 앞 원룸으로 탈출을 감행하게 되는 그 타이밍이다. 아이가 원룸으로 가자말자 그 방은 수납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아이들이 집에 다니러 오게 되면 그 방을 정리하느라 부산을 떨 수밖에 없다. 주거 생활에서 꼭 필요한 수납공간이 늘 부족한데도 수십 년을 진화해 온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왜 해결하지 않는 것일까?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는 요구가 사회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의 크기를 조금씩 줄이더라도 집의 곳곳에 수납공간을 설치해야 한다. 이사를 갈 때마다 짐을 줄여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실천하기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제사를 지내는 집이라면 제기는 물론이고 제상, 병풍 등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여름에 쓸 선풍기, 몇 벌만 넣고 나면 옷장을 다 차지하고 마는 겨울 외트는 어쩌며 부츠나 장화, 등산화는? 평생을 읽다보니 책장을 넘어 나오는 책도 함부로 버리기는 어렵다.

 

 

단독주택에만 있는 다락이라는 여유 공간

 

 

필자 설계, 양산시 원동의 심한재의 다락, 거실에서 바로 연결되어 알파공간으로 쓰기에 좋다.

 

 

주방 상부에 설치되므로 쓸 수 있는 면적이 한정되지만 동선이 편리하게 연결된다.

 

 

다락공간은 낮은 부분에는 수납을 하고 높은 부분은 서재 등 알파공간으로 쓸 수 있다.

 

 

심한재 다락의 전체 모습

 

 

필자는 그동안 단독주택을 설계해 오면서 경사지붕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경사지붕을 채용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경사지붕이 있으면 평면의 구성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되고 모양새를 만들어내기에도 매우 힘이 든다. 공사비도 평지붕에 비해 많이 들어가지만 어쩔 수가 없다.

 

첫째는 처마인데 경사지붕 끝선이 연장되어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처마는 남향에는 여름햇볕을 가려주고 비오는 날에는 창이나 문을 열어두고 밖을 내다보는 운치도 즐길 수가 있다. 벽이나 개구부에 비가 닿지 않아서 외관의 오염을 피할 수 있고 창문 틈새의 누수 우려도 할 필요가 없다.

 

둘째는 거실 상부의 공간감으로 경사지붕의 선을 그대로 살려서 적당한 높이의 풍부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이차원의 집에서 입체적인 삼차원의 풍성한 공간감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평지붕 집에서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두 개 층을 트게 되면 너무 높은 천정높이로 삭막한 느낌마저 든다. 한옥을 상상해보면 대청마루와 처마가 주는 공간감은 정서적이어서 친근하다. 인위적인지 자연스러운지는 눈 반응보다 몸 전체의 느낌으로 받아들여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셋째가 다락이다. 거실을 제외한 다른 방은 지붕 하부가 다락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을 수 있다. 평면의 길이가 길수록 많은 면적이, 폭이 넓을수록 높은 층고를 확보할 수 있다. 삼각형의 단면에서 낮은 부분은 수납공간으로 쓰고 높은 부분은 그야말로 알파룸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락을 확보하게 되면 방마다 수납에서 자유로워지므로 그만큼 여유롭게 쓸 수 있다. 방의 상부 다락은 주로 수납공간이 되고 거실의 주방 상부에 두면 알파룸으로 활용될 수 있다. 들고 다니던 짐을 내려놓으면 얻게 되는 그 가벼움이 바로 다락이 주는 여유라 할 것이다.

 

무설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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