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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단독주택의얼개짜보기

X -2영역 처마아래 Ⅱ : 처마 없인 못 살 텐데 요즘 짓는 집에는 왜 두지 않는 걸까?

靜中動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기 6

단독주택 세 영역 외 X-2영역, 처마아래

- 단독주택에서 처마 없인 못 살 텐데 요즘 짓는 집에는 왜 두지 않는 걸까?

 

필자 설계의 이입재二入齋. 여름햇볕과 비는 막아주고 겨울햇살과 바람은 들이는 집이다.  외벽을 한결같이 지켜주는 처마가 있어 가히 백년가라 칭할 수 있다.

   ‘우리집’에서 식구들과 마주 앉아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저녁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소확행이라 했던가. 따스한 햇살, 창밖으로 내리는 비,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오는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랴. 여름비가 쏟아지듯 퍼붓는 날, 창문을 내다보며 처마 끝을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집이 어디에 있을까?

 

   처마 아래 공간이 있으면 비, 바람, 햇살이 머무르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집 안의 일상이 쾌적하게 유지된다. 빗물은 처마가 막아주니 외벽에 닿지 않아 거실의 문과 방의 창문을 열고 바깥과 마주 할 수 있다. 처마가 깊으면 뜨거운 여름 햇볕은 들지 못하게 가려주지만 따스한 겨울 햇살은 실내로 깊숙하게 들인다. 처마 아래 공간에 둘러싸인 외벽의 문과 창은 바람이 천천히 드나들며 실내공간이 바깥과 소통하며 자연과 함께 한다.

 

   처마가 있으면 외벽과 창호에 빗물이 닿지 않으니 비가 샐 염려가 없다. 빗물이 닿지 않는 외벽은 오염될 일이 없어서 수십 년을 쓴 집도 지은 그대로 정갈하게 유지된다. 처마 아래 공간이 없다면 집에서 지내는 일상이 빗물과 다투고 햇볕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니 내부 공간은 늘 분주할 수 밖에 없다.

 

    보기에 예쁜 집은 왜 처마가 없을까?

 

   정보 검색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잘 된 집들은 대부분 처마가 없다. 경사지붕을 하고 있는 집이든 박스 형태로 평지붕으로 된 집이든 처마처리 없이 디자인되어 있다. 앞에서 얘기한 처마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처마를 두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삼대가 적선積善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정남향 집에도 처마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남향은 여름에는 태양고도가 높아서 처마에 햇볕이 가려지고 겨울에는 햇살이 집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다. 이런 남향집에도 처마가 없으면 여름과 봄가을에 햇볕이 실내로 들어온다. 남서향이나 남동향이면 여름 전후에 집 안에 드는 햇볕에 의한 피로도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설계자가 처마의 중요한 역할을 몰라서 그렇게 디자인했을까? 만약에 처마의 역할을 알면서도 무시했다면 건축주의 행복을 빼앗아 버린 셈이다. 또 처마가 집의 유지관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그랬다면 단독주택의 설계자로는 적임자가 아닌 셈이다. 설계도가 완성되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 집에서 어떤 삶을 담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을 채용하여 외관이 특별해 보이도록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치 챙이 길게 난 모자를 쓰고 멋 내기가 쉽지 않은 이치와 같다. 옷에 맞춰 모자를 선택하든지 모자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처마가 나온 지붕과 어우러질 매스를 짜려면 평면은 단순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설계자가 디자인에 대한 욕구가 강할수록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은 작업의 걸림돌이 되고 만다. 외관에 치중이 되는 설계는 형태가 복잡해지기 쉽다보니 처마가 나온 경사지붕을 도외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챙이 긴 모자와 어우러지는 옷을 갖춰 입기가 쉽지 않으니 모자를 쓰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챙이 나온 모자는 강한 햇볕도 가려주지만 비가 내릴 때에도 유용하다. 맹하孟夏라고 하는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집을 달구듯이 쏟아지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또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창문을 열어두고 밖을 바라보면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아래 공간이라 여유가 넘쳐난다.

 

   처마 없이 짓는 단독주택을 살펴보니

 

   요즘 유행하는 단독주택의 디자인은 수평으로 누운 직육면체 박스가 많이 보인다. 단순하지만 과감한 외관의 느낌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집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조각 같은 조형성을 갖추게 되므로 욕심껏 눈에 띄는 디자인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외관을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디자인이 우선되는 작업을 하면 아무래도 내부공간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조각 같은 외관을 먼저 디자인하고 나서 그 틀에 맞춰 내부를 구성해 나가다 보니 내실內實보다 겉치레에 우선된다는 얘기다. 평면을 다듬고 나서 그에 맞는 외관 작업을 하다보면 평범해 보이는 집이 된다.

 

   집을 굳이 지어서 살려는 목적이 무엇일까? 남의 이목을 끄는 단독주택을 지어서 집 자랑을 하는데 뜻을 둔다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은 각오를 해야 할 터이다. 결국 그 집에서 사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을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집의 얼개를 짜는 우선 순서는 모양새보다 쓰임새여야 한다. 집은 자랑꺼리가 아니라 일상이 담기는 삶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외관으로 보는 또 하나의 최근 추세는 경사지붕이 외벽과 바로 이어지는 형태 유형의 집이다. 경사지붕과 벽이 한 면으로 이어지면서 조형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감재도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 벽체와 지붕을 같은 마감재로 쓰게 되면 어떨까?

 

   최근에 스타코플렉스와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벽체 뿐 아니라 경사지붕까지 사용한 단독주택을 보았다. 스타코플렉스는 기존의 도장재塗裝材의 단점을 보완해서 내오염성과 내구성을 두루 갖춘 장점을 강조하는 재료이다. 어떤 건축 마감 재료라도 장점만 갖출 수는 없으니 비와 햇볕, 대기오염으로 십년 이상 버틸 도장재가 있을까 싶다. 또 노출큰크리트는 골조 자체가 마감재를 겸하게 되어 벽재료로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데 경사지붕까지 쓴다는 건 유지관리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창이나 문의 상부에 최소한의 처마처리도 없이 우기雨期에 지붕에서 벽으로 쏟아지는 물을 상상해보자. 빗소리를 듣기 위해 문이나 창문을 열어두는 건 고사하고 개구부 주변에 조그만 틈이라도 있다면 발생되는 누수는 어이할꼬. 단독주택에 살면서 집의 유지관리로 건축주가 받을 고통은 설계자가 상상할 수 있을까?

 

   집은 감상용 조형물造形物이 아니라 안락한 삶을 담는 그릇  

필자 설계의 경남 양산 심한재-외벽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처마를 살피면 그 역할을 알 수 있다

   컵 하나를 쓰면서도 손잡이가 불편해서 뜨거운 물을 쏟기라도 하면 그 다음에 쓰기가 망설여진다. 천신만고 끝에 단독주택을 지어 살면서 일상이 편치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품이 되는 물건도 아니고 공동주택처럼 쉽게 팔리지도 않는다.      

 

   외관은 남이 주로 보고 내부 공간은 우리 식구들의 일상이 담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예쁜 집에 산다고 부러워해도 우리 식구들의 일상이 편치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것이지 다홍색이면 아무렇게나 치마를 지어도 좋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설계 작업은 집이 지어지고 난 뒤에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서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건축사가 그의 심미안적 결과를 얻는 쪽으로 만든 작품에 건축주 식구들의 일상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집이란 불편함이 없이 안락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야 하니 모양새보다 쓰임새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처마는 모양새가 아니라 쓰임새의 요소라는 걸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창을 열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처마는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기막힌 장치이다
창을 열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처마는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기막힌 장치이다

 

   처마는 햇볕을 여름에는 집에 들이지 않고 겨울이면 집안 깊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창문을 열고 바라볼 수 있으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처마는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기막힌 장치이다. 처마가 없는 집에 산다는 건 햇볕, 비, 바람이라는 자연을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집은 안락한 삶을 오롯이 담아내야 하는 데 이렇게 처마의 중요성을 구구절절 얘기하는 데도 처마 없이 지을 수 있을까?

 

 

 

 

 

 

다음 편은 세 영역 외 제4영역인 X- Zone 마당편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9,4 )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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