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中動의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 2
단독주택의 세 영역 중 제2영역인 Guest Zone
-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단독주택, 며느리와 사위가 기꺼이 찾아오는 이유
단독주택의 얼개에서 제2영역은 Guest Zone 이다. 부부가 쓰는 공간 이외의 나머지 방들을 적 당한 자리에 넣으 면 되는 걸까? 부부 위주로 살게된 집이면 ‘우리집’의 ‘우리’는 부부에 한정되고 만다. ‘우리’의 범위에 자식, 친구들 까지 들어 있어야 ‘우리집 ’이라며 손님이 자주 찾을 테니 행복한 삶 이 보장될 수 있으리라.
이 시대는 손님이라는 말이 실종되고 말았다. 언제부터였을지 모르지만 내가 남의 집을 찾아가지도, 남을 우리집에 청하지도 않는다. 손님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자식과 지내기도 불편한 아파트에서 사는 삶은 고독하다.
그래서 단독주택을 짓기 위한 얼개를 짤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어쩌면 손님에 대한 배려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인생 후반기를 사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손님 중의 왕손님은 아마도 손주가 아닐까? 그 왕손님이신 손주를 자주 볼 수 있는 팁은 사위와 며느리를 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손주가 따라오게 도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제2영역에 신경 쓰자는 건 손주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 할배할매의 애타는 심정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살아가기, 숙명이 되어버린 외로움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여섯 시도 되지 않았는데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지지만 불이 켜지는 집은 많지 않다. 잠이 들 시간이 가까워져야 불이 켜지니 ‘빈집’이나 다를 게 무엇이랴. 은퇴한 사람은 갈 데가 마땅찮으니 나갈 일이 없고 일 하느라 나간 사람은 잠 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이다. 아무도 올 리 없건만 누군가 올 듯 기다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데.
자식이 출가하면 사위나 며느리에 손주가 포함되어 호적상으로 보면 대가족이 되어 있다. 내 자식도 살기 불편하다며 대학생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버렸으니 사위 며느리가 ‘우리집’이라고 자주 찾을리 만무하다. 할배할매는 손주가 보고 싶어서 언제 오려나하고 기별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서 손님이 기꺼이 찾아와 주기에 외로움을 잊을 수 있도록 단독주택을 짓는다. 수백에서 수천 가구의 집을 층층으로 모아놓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덜 외롭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일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집이 모이고 쌓여 있는 아파트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 집이 되는 건 아니다.
손주를 기다려도 되는 ‘우리집’, 단독주택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의 평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부 위주로 살게끔 얼개가 되어 있다. 지금의 가족행태는 가장家長 중심의 종적縱的 구조가 아니라 개인화된 횡적橫的구조로 바뀌었다. 남편이 주가 되고 아내는 보조 역할을 하던 세상이 아니어서 부부 어느 한 사람의 주장대로 살지 못한다.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다름없는 얼개를 가지면 부부 중 어느 한쪽 손님이 오면 외출하지 않는 다음에 집에 있기가 편치 않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부부 공동의 손님이 아니면 집으로 청하기가 쉽지 않다. 출가한 자식이 와도 사위와 며느리 뿐 아니라 부모도 편치 않다. 그래서 식구 중 누구의 손님이 와도 서로 편할 수 있는 집의 얼개를 가져야만 외로움이 해소되는 일상이 보장된다.
누구든 손님은 집안에 생기를 불어 넣어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만든다. 출가한 자식이 와서 편히 묵어갈 수 있는 우리 식구들의 ‘우리집’, 단독주택은 조손祖孫이 친해질 수 있는 집이라 기다림은 잦은 만남으로 이어져서 복된 노년의 삶이 이루어진다. 손님이 하루도 좋고 며칠을 묵어가도 서로 편할 수 있는 집의 얼개를 찾아내는 것이 단독주택 설계의 핵심이 된다.
손님의 영역-Guest Zone의 위치
손님의 영역과 부부의 영역은 완전히 나누어지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층으로 구분해서 일층은 주인의 영역, 이층은 손님의 영역으로 나눈다. 두 영역이 층으로 구분되면 동선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니 서로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일층은 공용의 공간으로 거실과 주방을 두고 이층에 침실을 모아 놓은 집은 어떨까? 결국 주침실에 밀려 나머지 방들은 불리한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주침실은 잠만 잘 뿐인데도 향이나 조망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니 손님방이 홀대를 받는 셈이 된다. 하룻밤을 묵고 가더라도 손님대접을 잘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다시 오고 싶을 텐데.
손님을 잘 대접하는 건 주인이 베풀어야 하는 기본 덕목이다. 사위를 백년손님이라 하지만 이제는 며느리가 이백년 손님인 세상이 되었다. 딸을 시집보내는 게 아니라 아들을 장가들이는 세태가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집안이 화목해진다.
아무튼 사위 며느리가 남(?)의 부모를 내 부모처럼 편히 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야만 친손주 외손주 가리지 않고 내 손주로 거둘 수 있으니 외롭지 않게 사는 지혜란 자식 손님을 성심껏 대접하면 되는 셈이다. 손님 중의 상손님인 사위와 며느리가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방을 들이면 어떤 손님도 만족할 수 있다. 손님이 편하면 주인도 편할 수 있으니 층으로 구분하여 손님의 영역은 이층을 전용으로 쓴다.
손님의 영역-Guest Zone의 구성
손님의 영역에서 방은 두 개, 아빠 엄마와 아이 둘이 쓸 수 있으면 되겠다. 침대는 방 하나는 더블베드, 또 하나는 트윈베드가 좋겠다. 그래서 방 크기도 너무 작지 않아야 두 사람이 방 하나를 쓰더라도 편할 것이다.
출가한 자식들이 이 집에서 성장했다면 그 방에서 생활했던 흔적을 남겨 두는 것도 좋겠다. 자식들이 그 집에서 크지 않았다고 해도 가구의 일부를 남겨 두면 손주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찍 단독주택을 지어 살아서 자식들이 그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간직되어 있다면 회귀본능回歸本能이 살아있는 ‘우리집’이라 하겠다.
단독주택의 이층에 있는 방이라면 발코니에 대한 상상이 남다를 수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코니에 나가 커피잔을 들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아파트에는 이미 없어졌지만 단독주택의 이층에 난 발코니는 다르지 않을까? 단독주택에는 있는데 아파트에는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손님방이 이층에 있으면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어 내 집이라도 아주 편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층의 방은 문을 닫지 않고 쓸 수 있을 만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 좋겠다. 거실에서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대답할 수 있으면 소통이 이루어지는 집이 된다. 거실과 각 실의 방을 하나로 이을 수 있는 매개공간으로 계단홀을 두어 소통의 홀로 삼는다.
손님을 배려한 얼개를 잡은 단독주택이라면 외롭지 않은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방책方策이 된다 하겠다. 손님에게도 ‘우리집’이라는 즐거운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얼개를 짜는 건 외로움을 모르고 살 수 있는 집의 Hot Source이다. 부부 이외의 많은 사람이 ‘우리집’이라며 자주 찾아와야만 활기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집이 되리라.
다음 편은 세 영역 중 제3영역인 Public Zone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8,12,21)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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