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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단독주택짓고후회할열가지

에필로그, 건축사와 시공자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빠뜨리면 후회할 열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이 열 가지에는 집이라는 의미에서 건축물이라는 하드웨어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할까라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건축물-하드웨어가 부실하면 일상생활도 편안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집을 짓기 전에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담는 소프트웨어의 얼개를 짜는 시놉시스가 없으면 무미건조한 집이 되지 않겠는가? 건축사로 삼십여 년 간 해마다 한 채씩 설계해서 짓는 과정과 준공 후에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얻었던 결과를 글로 정리해 보았다. 집이라는 말에는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없고 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으며 어디에 있어도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이 정서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야만 ‘우리집’이라 할 수 있을.. 더보기
열 번째, 그림 같은 집, 소설 같은 집 집이라는 말에는 건축물을 뜻하는 ‘House’와 식구들이 단란하게 지내는 자리라는 ‘Home’이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있다. ‘집다운 집’이라는 말은 식구들이 단란하게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집답다는 말에 내포된 의미는 한 마디로 식구들이 집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리라. 동료 건축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하면서 딱 한 가지 조건만 들어주면 설계비는 충분히 지불하겠다고 한다. 그 조건은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는 것인데 그 설계를 의뢰받을 수 있을까?” 동료 건축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행복하게 사는 건 그 식구들이 그렇게 살아야지 왜 설계자에게 그런 조건을 내세우는 것입니까?” 동료 건축사의.. 더보기
아홉 번째, 부부가 각방을 쓰고 살아도 좋은가요? 안방을 없애야 우리집이 된다. 단독주택 설계를 의뢰 받아 건축주에게 드리는 첫 질문은 가족사항이 된다. 그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부부가 방을 어떻게 쓰는지 묻게 되는데 이 질문은 참 조심스럽다. 부부가 한 방을 쓰는 게 당연한 일인데 왜 묻게 되었을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내와 방을 따로 쓴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각방을 쓰고 있다고 한다. 내 친구들이 그렇다면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는 게 특별한 경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어 정보검색을 해보았다. 의외로 각방을 쓰는 부부가 많아지는 추세이며 연령대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한다. 각방을 쓰는 이유는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각방을 쓰게 되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한다면 받.. 더보기
여덟 번째, 손님도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집인가요? 요즘 코로나19라는 역병이 돌면서 누구나 ‘자가 격리’ 상태에 들어 꼼짝없이 집에 갇혀서 지내고 있다.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지내면서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거의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발코니 확장으로 외부공간이라고는 아예 없는 아파트는 완전히 닫힌 집이라 갇혀서 산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거실 앞에 발코니가 있으면 문을 활짝 열어 바깥과 집 안이 소통되어 갑갑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발코니에 꾸민 작은 정원을 돌보거나 빈자리에 의자를 놓고 햇볕을 쬐며 바깥바람을 맞으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소파에 앉아 있지 않고 거실과 주방을 일없이 이리저리 다니는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 더보기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를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스무 채가 넘는 단독주택을 설계해 오면서 단 한 채도 경사지붕을 벗겨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설계한 집의 외관은 지붕 때문에 거의 비슷비슷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경사지붕만 포기한다면 외관 디자인이 자유를 얻게 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단독주택을 작업하면서 일 미터가 빠져나온 처마를 가진 경사지붕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집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경사 지붕에서 처마는 비를 그어 외관을 온전하게 유지하도록 해주고 차양 역할을 통해 여름 햇볕을 막아준다. 또한 실내에서도 적정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다락의 설치를 통해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의 집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더보기
여섯 번째, ‘우리집’에 전통 구들을 들인 한실韓室 한 칸 두면 어떨까? 법정 스님께서 쓰신 ‘텅 빈 충만’이라는 글이 있다. 스님은 글에서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라고 하시면서 빈방의 느낌을 독자의 마음에 채워준다. 가끔 사진으로 접할 수 있지만 법정 스님의 방에는 글을 쓰시던 앉은뱅이 탁자만 보일 뿐 텅 비어있다. 입식생활을 하는 아파트에는 공간마다 가구가 채워져 있다. 침실은 침대가 차지하고 거실은 소파가, 밥은 식탁에서 먹는다. 가구에 의해 집을 쓰는 사람이 제한되어 침실이 세 개인 아파트는 부부와 아이는 둘만이 살 수 있다. 입식 생활을 하지 않고 좌식 생활을 했던 시절에는 네 명이 아니라 방 세 개인 집에서 삼대三代의 일곱 여덟 식구가 살았다. 안방은 거실과 식당의 역할.. 더보기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넓은 잔디마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라는 노래가 녹색잔디가 깔린 고향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그런 환상을 실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을 보면 건물은 한쪽으로 붙여서 앉히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물을 대지의 한쪽으로 붙이고 마당을 넓게 남겨서 잔디를 심어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두고 잔디밭을 만들면 마당도 정원도 아닌 한국식 외부공간 처리가 되는 셈이다. 건축물은 아파트처럼 내부에서 모든 주거생활이 이루어지게 되니 외.. 더보기
네 번째,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외장재의 선택 학교에서 건축재료를 배우면서 외장재의 선택조건의 우선이 흡수율 이었던 걸 떠올린다. 아마도 빗물에 대한 흡수율이 낮아야 외장재로 적합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 지어지는 집을 보면 이런 기준과 상관없이 시멘트 벽돌이나 목재, 노출콘크리트 등을 예사로 쓰고 있다. 더구나 비에 대한 흡수율이 높은 재료를 쓰면서도 처마 없는 경사지붕으로 외관 위주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집을 보면 안타깝다. 한술 더 떠 페인트나 노출콘크리트로 마감으로 벽과 경사지붕을 이어서 지어진 집을 보면 건축주의 입장을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으면서 스틸을 함부로 써서 붉은 녹이 흘러내리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설계자는 집이 지어지고 난 직후에 멋들어진 디자인을 사진으로 .. 더보기
세 번째, 남향이냐 조망이냐 부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는 거래가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한다. 단독주택 용지도 바다가 보이면 그렇지 않은 땅보다 더 높은 시세에 거래된다고 하니 조망권은 곧 돈이라고 할 수 있다. 해운대에 백층이 넘는 아파트가 지어져서 준공절차가 진행 중이다. 백층 높이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운대 앞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 환상적인 풍경에 매일 취하는 일상을 보내며 살고 있을까? 바다는 천변만화라고 표현할 만큼 오묘한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 살아본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할 분이 많을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염분이 섞인 해풍과 해무가 일상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해운대에는 초고층 아파트.. 더보기
두 번째, 안방이 꼭 일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연령대를 보면 주로 50대가 넘는다. 은퇴 이후 여생을 보내려고 시골에 귀촌하기 위해 전원주택 개념으로 짓는다. 인생 후반기에 들다보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지내려는 마음이 이는 건 도연명이 귀거래사에서 드러내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을 잠시 쉬고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은 꿈을 전원주택을 짓는 것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면 의외로 ‘좋구나’라는 만족감보다 힘든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한정된 집 안만 챙기면 그만이었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몸의 습성을 떨쳐내기가 그렇게 만만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갑을 전후로 하는 나이라면 몸 상태가 슬슬 일상의 움직임에도 부하가 걸리기 시작하게 된다. 사십대에는 아.. 더보기
첫 번째 이야기, 거실에 벌레가 자꾸 들어와요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사소하게 여기고 넘겨 버리면 집을 짓고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게 의외로 많다. 사람을 두고 잘 생기면 다 용서할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다. 가볍게 지나치는 사이라면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배우자를 선택한 때 용모를 우선으로 두면 실實보다 과過가 많다는 건 살아보면 알게 되지 않는가? 아파트는 살다가 이사해야 할 일이 생기면 팔고 옮겨가기가 쉽지만 단독주택은 그렇지 못하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산다는 건 노후를 그 집에서 보낸다는 작정을 해야 하는 만큼 소소한 불편도 없도록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밖에서 일을 보는 시간보다 많으니 더 그럴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마당과 바로 이어지는 거실의 바닥 높이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거.. 더보기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간과하면 후회할 열 가지 다시 또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는 사람들 꿈에 그리던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기...그 전에 후회하지 않을 열 가지 팁을 알아보자. 우리 식구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단독주택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 연못에는 수련이 꽃을 피운다. 잘 가꾼 정원에는 온갖 꽃들이 철마다 피어나는 ‘우리집’, 우리 식구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단독주택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몇 년씩 집터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에 갇혀 사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전원생활을 준비하며 귀촌, 혹은 귀농학교를 다니며 시간과 정성을 다해 집짓기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꼭 전문가가 아니라도 얻고자 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요지경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