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6
디자인이 눈에 띄는 집을 짓고 싶으신가요?
마음먹고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은 대체로 어떻게 하면 색다른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가 봅니다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은 물론이고 주택관련 책을 여러 권 구입해서 뒤져보지만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하는 분이 많더군요. 우리집을 이색적으로 짓게 되면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집이 가져야 할 보편성을 세세히 따져보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게 살아야 할 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단독주택의 얼개는 집집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집이 많아 보입니다.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안방이 자리하고 이층에는 방이 두 개 정도 들어가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얼개에서 벗어난 집을 살펴보면 일층에 거실과 주방, 게스트룸을 넣고 이층에 마스터룸 존으로 안방과 서재를 두는 경우도 있고 전망이 좋은 조건을 살려서 아예 거실을 이층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지요.
지인이 공사를 맡았던 주택은 인생 후반기를 그 집에서 보내기 위해 큰 저수지가 보이는 산골짜기에 있는 남향의 땅에 지었습니다.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식당이 각각 따로 떨어져 있고 게스트룸이 있으며 이층이 마스터존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부부만 사는 집인데 거실과 주방은 너무 떨어져 있고 따로 나누어진 식당 공간은 식탁을 차리는 수고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층의 마스터존은 저수지가 보이는 전망을 위해 두었다는데 밤에도 전망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나이가 더 들면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쩌지요?
귀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근래에는 도심의 작은 땅에 삼층으로 짓는 협소주택이 유행처럼 늘고 있습니다. 일층에는 거실과 주방, 이층에 아이들 방, 삼층에 안방을 두는 플랜이 많지요. 이렇게 집의 얼개를 가지게 되면 수직 동선으로 생활해야 하므로 일시적인 장애를 가지게 된다던지 노년층에게는 부담스러운 집이 되겠지요. 수직동선으로 오르내리는 일상생활은 항상 사고를 당할 수 있으며 다리를 다치게 되면 집에서 지내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설계의뢰를 받다보면 단독주택을 짓는 연령층은 빠르면 40대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50대 이후가 많은 편입니다. 바쁘게 살 때는 아파트가 좋았지만 은퇴를 앞두면서 인생 후반기를 단독주택에서 보내려는 사람이 많지요. 인생후반기,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지게 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 때의 몸 상태는 부부 중의 한 사람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러워지고 있을 겁니다. 이 한 가지의 여건만으로도 안방과 거실 주방의 위치는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일층이어야 하지요.
집을 짓는 그 때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해도 몸은 나이와 함께 고장이 나기 마련이니 이 조건은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주택의 주공간을 일층에 두어야 한다는 건 꼭 나이를 먹은 사람의 신체 조건만을 고려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일시적인 신체장애, 다리를 다쳤을 때 안방 등 주공간이 이층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택을 별나게 짓고 싶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산다는 목표를 전제한다면 실험적인 집으로 짓는다는 건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매체에 소개되는 디자인이 독특한 집을 잘 살펴보면 기본적인 삶을 담아내는데 문제가 많은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집이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기본적인 사항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나서 디자인이 따라와야만 할 것입니다. 몇 십 년을 살기 위해 짓는 집인데 외관 위주의 디자인이 우선된 별난 집보다는 일상적인 삶을 어떻게 담아야 하느냐는 집의 얼개에 먼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 정 관 / 건축사*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도서출판 담디 E-MAGAGINE 11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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