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대나무가 대지를 감싸고 남향으로 열려있는 터
해마다 단독주택을 한 채씩 설계를 하게 되는데 올해도 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작업했던 단독주택의 규모는 보통 45평 내외였는데 근래에는 작은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를 만나게 된다. 이번 작업은 스물다섯 평 정도로 지으려고 하는데 과연 그 규모로 지을 수 있을까?
건축주와 사돈지간인 친구가 나를 설계자로 추천하였다. 친구도 단독주택을 지을 예정이어서 부지런히 집터를 찾고 있는 중이다.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동안 단독주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건축사로서도 신뢰를 얻게 되었는가 싶다.
사돈사이는 참 어려운 관계인데 교분을 나누면서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술 석잔을 얻어 마시기는 커녕 빰을 안 맞으면 다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나를 믿고 사돈에게 설계자로 추천해 준 친구가 고맙기 그지없다.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친구의 요청으로 집터에 가서 건축주 분과 집짓기에 대한 이모저모 얘기를 나누었다. 건축주와 설계자로 관계를 맺기 전의 상견례 자리를 가진 셈일까?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건축주께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사무실을 방문해서 계약 전 조율을 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건축주께서 건네기가 쉽지 않은 설계비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대지에 대한 행정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양산시청을 들렀다가 토목설계사무소를 방문했던 자리에서 건축 설계비까지 문의를 했었다고 한다. 내가 제시한 설계비의 근거를 듣고 즉시 동의를 해 주셔서 계약에 이르게 되었다.
서른 평 이하의 주택 설계비를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적정할까? 적정한 설계비는 '단독주택은 규모로 산정될 수 없다'가 내가 내리는 설계비의 근거가 된다. '노후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도면을 그리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지어내는 비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2021년 6월 21일, 계약이 되었고 글을 쓰는 오늘이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대지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대지면적은 1,022㎡(309 평)이며 지목은 전이다. 대지와 도로에서 약 5미터의 고저차가 있고 현재는 3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집터를 돌아보고 기획안을 작업해서 7월 12일 첫번째 협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25평 정도의 작은 집을 원하던 건축주는 규모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다고 했다. 손님방을 두지 않고 부부만 지낼 수 있으면 된다는 25 평 정도가 건축주가 생각했던 집의 규모였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오면 어디에서 묵어야 할까? 하룻밤이니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면 그만일까? 가까이 살지 않은 자식이라고 그들을 위한 방을 고려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300 평이 넘는 터에 부부만 살 수 있으면 되면 그만이라는 집이라면 왠지 허전하지 않을까 싶다. 꼭 자식의 방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집을 찾는 손님이 하룻밤을 편히 쉬어갈 방은 꼭 두면 좋겠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게 외로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집터의 크기가 아니더라도 여생을 보낼 집이라면 부부의 일상이 집 안에서 한정되어 이루어진다.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부부만 사는 생활에서 정체된 기氣를 돌리는 운기運氣로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잘 지내는 사돈 간의 교유를 위해서 멋진 객실 한 칸은 꼭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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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석경수헌晳涇帥軒, 터를 살피면서
단독주택 석경수헌晳涇帥軒, 터를 살피면서 -소나무와 대나무가 대지를 감싸고 남향으로 열려있는 터 해마다 단독주택을 한 채씩 설계를 하게 되는데 올해도 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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