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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심한재心閑齋

'우리집'을 지키는 처마가 나온 경사지붕

전면으로 나온 채가 사랑채를 대신하는 거실동, 뒤편의 이층채가 안채로 볼 수 있는 침실동이다. 거실동과 침실동을 잇는 계단실홀에서 집전체가 소통이 된다.

 

 

침실동의 일층은 부부공간으로 구들 한실이 연못이 있는 달빛정원으로 나올 수 있으며, 부부침실은 뒷마당으로 출입할 수 있다.이층의 방은 아이들이 쓰게 되지만 후일에는 손님이 머물 수 있는 영역이 되는데 일층 주인부부공간과는 계단실홀에서 분리된다.

 

 

우리 식구가 살 집을 단독주택으로 지어서 살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꿈도 못 꾸냐며 책도 보고 인터넷으로 집을 살피며 수많은 집을 구상하는 사람도 많다. 이루지 못할 꿈은 허망하므로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집’을 꿈꾸는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도 우리집만이 가지는 일상을 누리면서 산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단독주택을 지어 ‘우리집’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여유 있는 집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써 모은 돈으로 우리집을 짓는다. 집을 짓기 위해 준비한 자금은 그야말로 천금千金같아서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우리집'으로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땅을 구해야 한다. 그 땅이란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의미이다. 어떤 이는 금방 맘에 드는 땅을 찾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십 년이 되었지만 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살고 싶은 곳이 물 좋고 정자 좋은 터를 잡기가 어디 쉬울까? 심한재 건축주는 땅을 구하러 다닌 지 5년 만에 터를 찾아 집을 지었다.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완성된 집이 마음에 꽉 찬다며 만면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마음이 한가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는 의미로 건축주가 직접 심한재心閑齋라는 당호를 붙인 집이 준공필증을 받아 입주를 끝마쳤다. 준공검사를 받는 행정 절차가 쉽지 않았지만 그 시간도 이제는 다 지나갔다. 지금부터는 건축주의 바람대로 전원에서의 삶을 뜻했던 대로 누리며 살기를 축원한다.

 

 

집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설계자로서 집을 바라보는 태도는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단독주택에서는 집의 얼개를 더 보수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더 집착하다 보니 외관의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이끄는 쪽으로 몸이 편안한 쪽으로 살게 된다. 결국 모양새보다 쓰임새가 좋은 집이라야 단독주택에서 편안한 삶을 담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한옥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왜 불편하기 짝이 없는 한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조선시대 집인 한옥의 모양새에 관심을 두고 선택을 한다면 만족한 주거 일상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통 한옥을 고쳐서 살든 새집을 지어서 살든 한옥과 우리 몸의 유전자의 궁합의 여부에 만족한 점수가 나올 것이다.

 

그러면 옛집인 한옥으로 지어서 살면 아파트에서 얻지 못하는 생기 넘치는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한옥을 지어서 살거나 옛집을 고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생활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한다. 수백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한옥은 조상들이 살았던 우리네 주거습성이 담긴 집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보는 집이 아닌 온몸으로 익숙해지는 느낌의  집, 기억 속에도 없는 편안함이 옛 한옥을 ‘우리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한옥에서 끊겨버린 ‘우리집’을 이 시대의 단독주택으로 이어서 지어보려고 하니 보수적인 입장에 선 설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집은 설계자의 주관적 의지보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야 한다는 객관성이 잘 반영되어야만 ‘우리집’이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집은 공동성共同性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김광현 교수는 한 권의 책으로 써내기까지 했다.

 

설계자의 작업 의지가 뚜렷할수록 진보적 성향의 집이 된다. 설계자는 자신이 그 집에 살지 않으면서도 사용자를 배려하는 고민보다 창작의 의지를 앞세우기 쉽다. 보기 좋은 집이 살기에도 좋을까? 사용자 편의를 꼼꼼하게 살필수록 창작의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연 설계자는 진보 성향에서 벗어나 보수적인 입장에 얼마나 설 수 있을까?

 

 

집의 보수保守 요소와 진보進步 요소

 

현대건축을 열었던 거장인 르꼬르뷔제의 빌라 사보아는 근대건축 5원칙이 적용된 근대건축물의 태동을 알리는 혁명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빌라 사보아는 근대 5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고전건축의 제한적인 요소에서 자유를 얻게 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하지만 빌라 사보아의 건축주는 새로운 집이 너무나 불편하고 하자 투성이라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후일담이 있다. 빌라 사보아는 폐허처럼 비워져 있다가 근대 5원칙이 적용된 근대건축 기념관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용자인 건축주 입장에서는 최악의 건축물을 지어 낭패를 본 셈이니 건축물의 속내에서는 이런 아이러니가 없는 셈이다. 사용자에게는 최악의 집인데도 구경꾼들에게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건축인들에게는 교과서같이 중요한데 건축주에게는 쓸모없는 집이라면 과연 건축물로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해야 할지 난감하지 않은가?

 

건축의 새장을 열었던 근대 5원칙이 적용되면서 집 짓기에 있어 또 한 가지의 자유(?)를 얻게 되었던 점이 있다. 경사지붕으로만 지을 수밖에 없던 집이 평면 슬래브로 가능해져서 형태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경사지붕을 설치하기 위해서 형태는 어쩔 수 없이 한정되었었다. 평면이 설계자의 임의대로 작업할 수 있다 보니 창작의 욕구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건축물의 골조가 철근콘크리트로 되면서 경사지붕은 물론 처마도 사라지게 되었다. 경사지붕과 처마가 없는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물은 자연환경과 타협 없이 제멋대로 지어져 왔다. 비바람에 노출된 외피는 백 년은커녕 오십 년도 버티지 못하는 집이 되고 만 것이다.

 

처마가 빠져나온 지붕은 형태를 디자인하기 위한 선택 요소가 아니다. 처마는 건축물의 외피를 오래도록 유지관리하고 햇볕과 비에 노출되는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보수保守적인 필수 요소이다. 철근콘크리트조의 골조가 설계자에게는 건축물의 진보進步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지만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그만큼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음을 알아야 한다.

 

 

처마가 빠져나온 지붕이 ‘우리집’을 지킨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몸에는 옛날 조상들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주거 성향이 남아있다.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전자 속의 주거습관이 집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된다는 생각은 나만의 억측일까? 옛집에서 살았던 조상들의 주거습성이 우리 몸에 이어져 흐르고 있으니 한옥의 얼개를 담아낸 이 시대의 집이라야 '우리집'이라고 내세우며 작업하게 된다.

 

나의 주택 작업에 있어서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건축의 요소이다. 또 하나는 한옥이 다른 나라의 집과 달리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하나의 공간 체계로 엮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옥에는 내부와 외부의 중간 영역으로 다양한 마루가 방마다 달려 있다. 이 마루 공간은 외부와 내부를 아우르는 중도영역中道領域인데 처마가 이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한옥의 내부공간에서 대청마루는 천정을 설치하지 않고 경사지붕을 이루는 목조의 부재를 드러내며 높은 내부공간을 보여준다. 대청은 서서 움직이는 공간의 행태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서 거실공간은 침실공간에 비해 더 높은 천정고를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와 같다. 이 시대의 집에서도 경사지붕을 설치하게 되면 거실영역은 상징적인 높이의 내부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지붕의 처마는 빠져나온 길이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선 남향에서는 여름햇볕을 가리고 비로부터 외벽과 창을 보호한다. 창을 여닫고 외부로 나가는 동선을 비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처마가 있음으로써 한옥으로부터 물려받은 내외부공간이 하나가 되는 ‘우리집’에 대한 개념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한옥에서 비롯되는 집의 얼개를 이 시대의 ‘우리집’으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이 명제는 내가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풀어내고자 하는 화두이다. 조상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한국인이기에 누구든 몸에 맞는 집이라야만 익숙할 수밖에 없다.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창작품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편안할 수 있는 ‘우리집’의 얼개가 적용된 이 시대의 한옥의 한 채로 心閑齋를 내어놓는다.

 

 

지어진 지 500년이 지났는데도 건재한 모습의 양동마을의 관가정, 목조로 지어진 집이 이렇게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경사지붕으로 빠져나온 처마가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집이 처마가 없다는 이유로 백 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면 처마 없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무설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 kahn777@hanmail.net

전화: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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